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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회사채 금리와 국채 금리 차이를 말하는 '회사채 스프레드'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기업들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이란 얘기다. 반대로 연기금과 금융사 등 채권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회사채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자산 거품의 초기 징후로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18일(현지시간) 마켓워치는 신용평가사 S&P글로벌 자료를 인용해 "투자 등급 회사채 스프레드가 지난 12일 국채 대비 0.82%포인트까지 좁혀졌다"고 보도했다. 저신용등급 채권인 하이일드 채권 스프레드는 지난 14일 2.14%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스프레드 축소에는 국채 금리 상승이 많이 기여했다. S&P글로벌은 "회사채 수익률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국채 금리는 상대적으로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전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9월 중순 연 3.6%대까지 하락했으나 이후 급상승해 지난주 연 4.4%대로 올라섰다.
최근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신중한 톤의 발언을 하는 등 기준금리 인하 폭이 당초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회사채 금리는 공격적으로 책정되고 있다. 미국이 지난 3분기까지 1년(4개 분기) 동안 2.8%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한 것이 채권 시장 호조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기업 수익 전망도 긍정적이다.
S&P글로벌은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의 투기등급 기업의 12개월 이내 채무 불이행률이 2024년 9월 4.4%에서 2025년 9월까지 3.25%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애틀랜타 연방은행은 미국이 이번 4분기에도 2.5%의 GDP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정크본드 발행 규모 역시 작년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대부분은 다가올 만기일에 채권을 차환하는 데 사용돼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 긴축으로 2년 이상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 뒤 금리 인하를 앞두고 채권 시장 과열이 나타나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관의 투자등급 채권에 해당하는 신용 BBB등급 기업의 수익률은 0.32% 포인트 상승한 반면, 신용이 훨씬 낮은 정크본드에 해당하는 B 등급 기업의 수익률은 오히려 0.14% 하락했다. S&P는 보고서에서 "현재 스프레드 수준은 일부 기업이 직면한 차입 비용과 부채 지속 가능성 부담을 완화해줄 수 있다"면서도 "이런 공격적인 (채권)가격 책정은 자산 버블의 첫 징후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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