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퇴직연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국 12개 은행의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 운용자산 중 원리금 비(非)보장형 상품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지난 9월 말 기준 평균 10.04%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공시된 은행별 원리금 비보장형 자산 수익률을 산술평균한 결과다.
은행의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증권사와 보험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연금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는 14개 증권사의 원리금 비보장형 DB 상품 평균 수익률은 같은 기간 9.27%로 은행(10.04%)보다 0.77%포인트 낮았다. 16개 보험사(손해·생명 합산)의 평균 수익률은 9.77%다.
개인이 직접 운용 지시를 내릴 수 있는 확정기여형(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은행권 DC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원리금 비보장형 기준 13.06%로 증권사(12.42%)와 보험사(11.24%)를 앞섰다. IRP의 수익률은 은행(12.58%)이 증권사(12.53%)를 근소하게 앞섰고, 보험사는 11.33%였다.
지난 1년간 은행권의 원리금 비보장형 퇴직연금 수익률이 증권사보다 높은 이유는 역설적으로 은행을 통한 퇴직연금 상품 매매가 증권사보다 불편하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권사와 달리 은행은 제도적으로 ETF를 직접 매매할 수 없기 때문에 고객의 ETF 주문이 즉각적인 체결로 이어지지 못한다”며 “불가피하게 매매 횟수를 줄이고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은행의 시스템이 증권사보다 높은 수익률을 이끌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률 우위에도 은행들은 퇴직연금 자산이 증권사로 대거 이탈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기존 금융사에서 운용하던 퇴직연금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다른 금융사로 옮길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가 지난달 말 시행됐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증권사를 압도하는 전국 영업망을 활용해 대면과 비대면 방식을 혼합한 밀착형 퇴직연금 관리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전국에 분포한 지점에서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 추천은 물론 퇴직연금 관련 세무 상담까지 장기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퇴직연금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연금 특화 점포를 늘리는 전략도 쓰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8월 퇴직연금 자산관리를 전문적으로 해주는 ‘연금라운지’를 강남과 수원, 울산에 개설했다. 하나은행은 퇴직연금 계좌로 매매할 수 있는 ETF 상품을 지난 9월 말 110개에서 올해 11월 1일 154개로 확대했다.
정의진/박재원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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