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신' 블루칼라부터 챙기나…美공화당, 부유층 감세 속도조절

입력 2024-11-19 17:49   수정 2024-11-19 18:2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 2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공화당이 경제 정책 우선순위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통적으로 부유층과 기업에 친화적인 정책을 내세웠지만 이번 대선에선 노동자·저소득층 지지도 적지 않게 얻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 공약은 대부분 막대한 재정 지출을 전제로 하는데 이미 미국 연방정부가 막대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점이 문제다. 트럼프 당선인이 어느 한쪽을 선택하든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약 시행 놓고 우선순위 다퉈

18일(현지시간) 월가에 따르면 최근 미국 금융주와 전기자동차 관련주 등은 트럼프 당선인의 규제 완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업 법인세율을 21%에서 15%로 낮추는 것을 비롯해 △금융 규제 완화 △자율주행차·인공지능(AI) 기술 투자 지원 및 규제 완화 △군수산업 계약 확대를 통한 방위산업 지원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부유층이 거는 기대도 크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7년 집권 당시 통과시킨 ‘감세 및 일자리법’을 통해 개인소득세를 인하하고 상속세 면제 한도도 확대했다. 이 법은 2025년 폐지될 예정이어서 공화당이 법의 시한을 연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공화당 일각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우선순위를 둘 경제 정책을 선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불어나는 재정적자로 예산이 한정된 만큼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향한 지지가 컸던 노동자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을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CNN의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연 소득 5만달러 이하인 유권자 가운데 50%가 트럼프 당선인을, 47%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찍었다. 반면 연 소득 10만달러 이상인 유권자는 46%만 트럼프 당선인을 찍었고 51%가 해리스 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저소득 노동자층을 위해 제시한 공약을 실현할 때 필요한 재정 규모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당선인은 팁 소득, 초과근무 수당, 사회보장급여 등에 대한 세금 면제, 자녀 세액공제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트럼프 당선인의 첫 백악관 전략가인 스티브 배넌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선순위는 노동 계층과 중산층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무장관 인선도 이견 나와
경제 정책 추진에 대한 이견은 내각 인사에도 반영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주 말 스콧 베센트 키스퀘어 창업자와 하워드 러트닉 캔터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CEO) 중 한 명을 재무장관으로 지명할 예정이었지만 인사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움직임이다. 베센트 창업자는 중국을 타깃으로 한 관세를, 러트닉 CEO는 보편 관세를 보다 지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를 두고 내부 이견이 커지자 새로운 후보로 정권 인수팀에서 경제 분야 인선과 정책을 담당해온 케빈 워시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 월가 억만장자 마크 로완이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불법 이민자 추방에 군 동원”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취임 당일부터 즉각 시행하겠다고 밝힌 불법 체류자 대규모 추방에 군을 동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보수 법률 단체 ‘사법 워치’(Judicial Watch)를 이끄는 톰 피턴의 관련 게시물을 재게시하면서 “사실이다(TRUE)!!!”라고 적었다. 피턴은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침공을 되돌리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군사적 자산을 활용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다”고 썼는데 이것이 맞다고 인정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줄곧 재선되면 “취임 첫날만 독재자가 되겠다”며 백악관 복귀 첫날부터 대규모 불법 체류자 추방 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뉴욕=박신영/워싱턴=이상은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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