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상속세 낮추는데…거꾸로 가는 한국

입력 2024-11-19 18:04   수정 2024-11-19 18:05

기업의 안정적인 가업 승계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상속세 제도를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9일 국회에서 열린 중견기업 혁신성장 포럼에서도 참석자들은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상속세율을 낮추고 자본이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상속세제의 틀을 재편해야 한다는 평가다.

이날 송언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과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공동 개최한 ‘제4차 중견기업 혁신성장 정책 포럼’에서는 상속세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앞서 지난 7월 정부는 상속·증여세 최고세율 완화, 공제 한도 상향 등을 골자로 하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최고세율 인하 등에 야당이 반대하면서 발목이 묶인 상태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오문석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은 “한국의 상속·증여세 최고 세율은 50%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피상속인이 생전에 소득세 등을 부담한 재원에도 추가로 과세하는 이중과세 성격이 있다”며 “기업 성장 사다리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서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OECD 평균인 30%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들은 이미 상속세 최고세율을 크게 낮췄다. 미국은 2002년부터 2013년에 걸쳐 55%에서 40%로 점진적으로 인하했고, 독일과 이탈리아는 2000년에 최고세율을 각각 35%, 27%에서 30%, 4%로 낮췄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스웨덴 등은 아예 상속세를 폐지했다.

근본적으로는 상속인이 상속 재산을 매각할 때 세금을 부과하는 자본이득과세 방식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다수 나왔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기업 승계에 관해서만 자본이득세를 우선 도입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원활한 가업 승계를 지원할 수 있고, 대상 자산 처분 시 사망자와 상속인 모두의 자본이득에 과세하므로 조세형평 면에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송 위원장은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 성장과 안정을 위해서라도 상속세제 개편은 늦출 수 없는 과제”라며 “합리적인 개편 방향을 고민하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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