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개발업계에 따르면 행복도시건설청은 행정중심복합도시 내에 ‘도심형 시니어타운’을 도입한다. 행복도시에 들어서는 도심형 시니어 타운은 최초로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가 함께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공모 대상지는 행복도시 5-1생활권(합강동) H3블록과 의료5-1블록 일대다. 현재 2개 필지로 구분돼 있지만, 이를 1개 필지(6만2000㎡)로 합필할 예정이다. 공모 방식은 국토부·LH에서 추진 중인 화성동탄2 헬스케어 리츠 사업의 후속사업으로 추진이 유력하다.
구체적으로는 1차적으로 시니어 타운 300~500세대 규모의 시니어타운과 공동주택 1000세대를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민자유치를 통해 병의원과 상가 등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행복청은 그간 시니어타운 조성을 위해 민간기업이 운영 중인 시니어타운 시설 방문과 찾아가는 민간기업 설명회 등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 의견을 수렴해왔다. 공공에선 국토교통부 및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과 협의를 거쳐 지난 7월 '행복도시 내 시니어타운' 도입을 위한 추진계획을 마련했다.
조성될 단지에는 고령 가구만 거주하는 게 아니라 같은 단지 내에 자녀 가구가 함께 거주할 수 있도록 지어진다. 같은 단지지만, 자녀 가구는 아파트에 거주하고 고령 가구는 시니어타운에 거주하는 식이다.
행복청이 세대공존형 시니어타운 개발에 나선 것은 수도권 내 은퇴 시니어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서다. 구매력이 있는 시니어 수요층 상당수가 자녀와 떨어져 있기 싫어 수도권 거주를 고집하고 있는데, 세대공존형 시니어타운이 조성되면 일부 수요를 행복도시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일본은 도시르네상스기구(UR)을 통해 고령 인구가 도심에 집중되지 않게 하는 동시에 고령 가구가 자녀 가구의 아이돌봄 기능을 도맡게 하는 식으로 세대공존을 추진 중이다. 아이를 키우는 자녀 가구와 부모 가구가 같은 아파트에 살게 하고 임대료는 20%까지 할인해준다. 임대료 할인 혜택 때문에 도심 외곽엔 아이 울음소리가 나는 시니어타운이 늘고 있다.
자녀 가구의 아이를 돌보는 등 사회적 의무가 부과되지만, 고령 가구의 만족도는 오히려 높다. UR 관계자는 “고령 가구가 먼저 일거리를 원하는 등 참여 의욕이 상당하다”라며 “시니어타운이라고 해서 고령자가 요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거리를 주는 게 오히려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2018년 고령 가구와 지역 주민이 함께 거주하며 어울릴 수 있는 주거 상품인 ‘캄풍 애드머럴티(Kampung Admiralty)’를 안착시켰다. 마을 건물을 먼저 만들고 주변에 시니어 주거용 건물을 함께 지어 공간을 공유하게 하는 방식이다.
11층 규모인 캄풍에는 고령 가구 100가구와 의료센터, 유치원, 식당, 은행 등 생활시설이 함께 조성된다. 고령층이 사용하기 쉽게 내부를 설계하면서 고령 가구가 특정 위치에만 머물지 않고 커뮤니티 곳곳을 모두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지역 사회는 각종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며 고령 가구의 사회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지역 사회 참여도가 높을수록 오히려 고령 가구의 의료비 지출은 절약되는 효과까지 보이고 있다.
서울시도 일찍이 부모와 자녀, 손자녀가 함께 거주할 수 있는 3대 공존형 주택 공급을 진행 중이다. 노원구 하계5단지에 한 집이지만 세대 분리 등을 통해 부모와 자녀가 각각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설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싱가포르의 캄풍 애드미럴티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골드빌리지’도 조성되고 있다. 대상 부지로는 서울시는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와 강동구 서울시립고덕양로원 부지 등이 거론된다.
지방에서도 조성이 한창이다. 강원 화천군은 최근 세대 공존 자립형 주거단지 100가구 공급을 추진키로 했다. 지방에서도 고령 가구와 자녀 가구가 함께 거주할 수 있게 단지를 조성하면서 인구 유출을 막고 고령 가구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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