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심 주택 공급 활성화를 목표로 내건 ‘재건축 패스트트랙법’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특례법 논의가 본격화하며 재건축 추진 단지 사이에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 재건축 추진 단지가 모여 있는 여의도에선 기대감이 반영되며 신고가 기록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서울 주택 매매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21일 국토교통부 부동산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전용 79㎡는 22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달 같은 단지 60㎡가 17억824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고, 같은 달 전용 156㎡는 35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해당 크기 신고가를 경신했다.
여의도 시범은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데이케어센터(노인돌봄센터) 기부채납 문제를 두고 주민과 서울시가 갈등을 겪었다. 그러나 최근 갈등이 봉합되면서 정비구역지정 주민공람 절차에 들어갔다. 1971년 지어져 54년차 노후 단지인 여의도 시범은 재건축이 끝나면 지상 최고 65층, 2473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단지의 조합원 분양가 추정액은 전용 84㎡ 기준 20억원으로 책정됐다. 가장 작은 평형인 전용 59㎡는 14억원이고, 가장 큰 평형인 전용 200㎡의 조합원 분양가는 47억원 수준이다. 재건축의 사업성을 평가할 수 있는 추정비례율은 95.44%로 나타났다.
시범뿐만 아니라 다른 여의도 재건축 단지도 신고가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1977년 준공된 여의도 진주는 최근 전용면적 48㎡가 16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종전 신고가 기록(15억5000만원)을 경신했다. 2018년 같은 크기가 7억원대에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아진 가격이다. 단지는 지상 최고 58층 높이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데, 재건축 사업성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에 소형 가구 매매가 다시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여의도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이전에는 중, 대형 가구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며 신고가 경쟁을 했는데 최근엔 소형 가구도 다시 거래가 트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반적으로 소형 가구는 거주보다는 재건축을 노리고 매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재건축 기대감에 거래가 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의도 소형 가구에서 신고가 경신이 다시 이뤄지는 것을 두고 재건축 지원 법안의 효과란 분석도 있다.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논의가 시작된 재건축, 재개발 촉진 특례법안이 통과되면 정비구역 지정을 앞둔 여의도 재건축 단지에 용적률 인센티브, 층수 제한 완화 효과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 모두 재건축 지원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하면서 기대감이 많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재건축 추진에도 가격 하락을 겪었던 최근 상황이 다시 풀리면서 시장도 활기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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