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21일 14:3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 진화에 나섰지만, 채권시장의 불안감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회사채가 유통시장에서 연일 '헐값'에 매물로 나오고 있어서다. 평판 훼손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CP(기업어음) 등 단기 조달시장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날 롯데케미칼 회사채 498억원어치가 이 회사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 대비 67~75bp(bp=0.01%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다. 롯데케미칼 회사채는 지난 20일에도 최대 86bp(bp=0.01%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거래가 체결됐다. 2조원에 달하는 롯데케미칼 회사채가 재무특약 미준수로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하면서 기관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보유 중인 회사채를 처분한 것으로 관측된다.
다른 롯데그룹 계열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롯데지주는 이날 민평금리보다 71bp 높은 금리에 200억원어치 회사채가 팔렸다. 롯데렌탈은 지난 20일 민평금리 대비 56~60bp 오른 금리에서 400억원 규모 회사채가 거래됐다. 최근 금리 인하로 채권시장이 안정되면서 대부분 기업들의 회사채가 -10~10bp 수준에서 거래되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유동성 위기설 확산에 롯데그룹이 선을 그었지만, 채권시장의 투자심리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들은 수익성보다 잡음 여부를 더 중요하게 고려한다”며 “이들 기관을 중심으로 롯데그룹 회사채 매도세가 뚜렷한 편”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신용도 하향 우려도 채권시장의 불안 요소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롯데지주, 롯데물산, 롯데렌탈, 롯데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에 ‘부정적’ 꼬리표가 달려 있다. 향후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채권시장에서 인기가 떨어지면서 롯데그룹도 자금조달 대안 창구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회사채 시장을 피해 CP 등 단기 조달시장을 주로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기 조달시장은 수요예측 절차를 거치지 않아 미매각에 따른 평판 훼손 우려가 적은 편이다.
롯데지주는 지난 14일 만기 1년6개월~2년6개월의 1200억원 규모 장기 CP를 발행했다. 롯데지주가 장기 CP를 찍은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코리아세븐도 지난 8일 1000억원어치 2년물 CP를 찍었다 지난달 진행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되면서 확보하지 못한 금액을 CP 시장에서 우회 조달했다. 롯데쇼핑도 지난달 30일 1년6개월 만기의 2200억원 규모 장기 CP를 발행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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