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희망타운(신희타) 사전청약자들의 청약 포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본청약 이후 기간 발생한 분양가 상승분을 부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최근 의왕월암 A1·A3 블록 신혼희망타운 본청약에서는 사전청약자 10명 중 3명도 되지 않는 인원이 본청약에 접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건축비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본청약 분양가를 과도하게 높인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전용면적 55㎡ 단일 면적으로 구성된 의왕월암 A1·A3 블록 신혼희망타운은 2021년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사전청약을 접수한 단지다. 추정분양가는 A1 블록 4억1275만원, A3 블록 4억1557만원이었다. 2023년 5월 본청약이 계획돼 있었지만, 사업 지연으로 1년 6개월 늦게 본청약을 실시했다. 본청약 분양가는 A1 블록 평균 4억5692만원, A3 블록 평균 4억5850만원으로 추정분양가 대비 약 11% 상승했다.
본청약까지 남은 사전청약자가 소수에 그친 원인으로는 일정 지연과 분양가 상승이 꼽힌다. 우선 본청약이 기약 없이 지연되면서 사전청약자들이 이탈했다. LH 집계에 따르면 최초 당첨자는 A1 블록 423가구, A3 블록 402가구다. 이 가운데 A1 블록 110가구(26%), A3 블록 97가구(24.1%)만 본청약에 접수했다.
본청약이 1년 넘게 지연되면서 중도에 당첨자 지위를 포기한 사람이 A1 블록 121명(28.6%), A3 블록 108명(26.9%)이나 나왔다. 분양가가 확정된 본청약에서 청약을 포기한 인원도 A1 블록 107명(25.3%), A3 블록 110명(27.3%)에 달했다. 두 단지 당첨자 절반 이상이 당첨자 지위를 포기한 것이다. 부적격은 A1 블록 85명(20%), A3 블록 87명(21.6%)이었다.
끝까지 본청약을 기다린 이들만 보더라도 접수율은 절반 수준에 그친다. 한 사전청약 당첨자는 "최종 분양가가 예상했던 금액보다 4500만원 정도 상승했다"며 "이 부담을 쉽게 감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비좁은 신혼희망타운에 지원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신혼희망타운은 사전청약이 이뤄진 2021년 기준으로 자산 3억700만원, 월 소득 372만원(2인 가구, 세후) 이내여야 청약 자격이 주어졌다. 처음부터 소득이 낮은 서민을 대상으로 한 제도인데, 최저 생계비까지 감안하면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 당첨자는 1년에 2000만원을 모을 여력도 없는 셈이다.
일부 사전청약자들은 LH가 건축비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과도하게 책정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분양가는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산하는데, 사전청약 기간 의왕시 월암동의 택지 가격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는 이유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사전청약 공고가 이뤄진 2021년 10월부터 당초 본청약 시점이던 2023년 5월까지 의왕시 월암동 지가는 2.89%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기본형 건축비는 10.9% 상승했다. 이는 A1·A3 블록 분양가 인상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공공사전청약 피해자 모임 관계자는 "택지비를 고려한다면 분양가 인상률은 현재 11%보다 낮아야 한다"며 "건축비 인상률만큼 분양가가 오른다는 것은 택지비 비중을 무시하고 건축비 인상률을 일괄 적용한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사전청약 시기 대비 본청약 시점의 인천시 계양구 지가 상승률은 4.3%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기본형 건축비 인상률은 18.8%에 달해 인천계양 A3 블록 분양가 인상률과 유사한 수치를 보였다.
경기 수원당수 A5 블록 신혼희망타운도 전용 55㎡ 분양가가 사전청약 추정분양가 대비 11.7% 오른 3억7067만원으로 공고됐다. 같은 기간 기본형 건축비 인상률은 분양가 인상률에 근접한 10.9%이지만, 수원시 권선구 당수동 지가 상승률은 이보다 낮은 3.49%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분양 분양가는 택지비와 건축비를 바탕으로 사업비를 가산해 분양가 심사 위원회에서 결정된다"며 "분양가 인상 비율이 기본형 건축비 상승률과 비슷하기에 청약자들의 의구심을 사는 것 같다. 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해결할 수 있는 의혹"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사전청약지의 경우 택지비와 건축비, 사업비를 바탕으로 주변 시세를 반영하다 보니 10%대 상승 폭이 발생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반영 비율 등은 공개할 수 없지만, 단지별로 분양가 인상 폭이 기본형 건축비 상승률과 비슷하다는 것은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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