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년 차’ 함영주호(號), 실적·밸류업 순항 중

입력 2024-12-02 09:45   수정 2024-12-0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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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대한민국 금융그룹 대해부-하나금융



‘시골 촌놈’, ‘금융권 샐러리맨의 신화’, ‘영업통’. 하나금융그룹을 이끄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설명할 때 붙는 수식어들이다. 함 회장은 상고 출신 행원에서 출발해 은행 최고경영자(CEO), 금융지주사 부회장을 거쳐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회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3년 차를 맞이한 ‘함영주호(號)’의 항해는 현재까지 순항 중이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 환경에도 불구하고 우량 자산 중심의 대출 성장, 수수료와 매매평가익 증가에 따른 비이자이익 확대, 외국환 등 그룹 본업의 강점을 살린 영업 활성화로 탁월한 경영 성과를 거뒀다는 평을 듣는다.

‘함께’의 가치 중시…영업의 귀재로 두각

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레드우드’를 언급하며,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내실과 협업을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함 회장은 “하나금융그룹은 업권별로 요구되는 기본 필수 역량을 확보해 본업의 기반을 공고히 하고, 다소 늦더라도 정확하고 올바른 길을 향해 착실하게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삼나무 레드우드는 뿌리의 깊이가 얕지만 옆으로 뻗어 주변 나무의 뿌리와 강하게 얽혀 서로를 지탱한다. 낮은 자세로 고객과 동료를 섬기는 것을 중시하며, ‘함께’의 가치를 강조하는 그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성향은 함 회장 스스로도 기껍게 여기는 ‘시골 촌놈’이라는 오래된 별명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그의 리더십 성향은 한마디로 ‘덕장’ 스타일이다. 충남 부여군 은산면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980년 서울은행에 입행하며 금융맨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학업에도 재능을 보였지만 넉넉치 않은 가정형편 탓에 졸업 후 곧바로 취업해, 영업점 ‘텔러’로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다.

결코 화려한 출발은 아니었지만 ‘영업의 귀재’로서의 면모는 어느 순간부터 그가 몸담았던 조직마다 크고 작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특유의 겸손한 자세는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특히 지난 2013년 그가 이끌었던 하나은행 충청영업그룹 소속 직원 1000여 명의 신상과 생일, 개인적인 고민까지 외웠을 정도로 사람을 챙겼던 일화는 지금까지도 그를 따랐던 직원들 사이에 회자된다. 충청영업그룹이 영업실적 전국 1위를 달성한 것도 그가 지닌 전략통, 영업통으로서의 역량을 그룹에 각인시킨 사건이었다. 서울과 수도권이 아닌 충청 지역에서 이런 성과가 나온 것도 이례적이었다.

특유의 영업 역량과 덕망으로 은행 내에서 조용히 존재감을 굳혀 나가던 함 회장은 2015년 은행장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하나·외환은행을 합친 ‘초대 통합은행장’이라는 중책이 그에게 맡겨졌다. 은행장 취임 이후 두 은행의 물리적, 화학적 통합을 위해 CEO부터 말단 직원까지 가장 숨바쁘게 움직여야 했던 시기였다. 일단 취임 후 8개월 만에 두 은행의 전산통합을 진행했다. 양행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조직에 섞일 수 있도록 교차 발령 제도를 도입하고, 각 직원들의 급여부터 인사·복지 제도도 자연스럽게 손봤다. 원뱅크로 가는 초석을 함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깔았다.

취임 3년 차 막바지…역대 최대 실적



2016년 3월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겸직하게 된 그는 2019년 경영지원부문 부회장을 거쳐 2022년 3월 25일 하나금융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벌써 임기 3년 차의 막바지에 접어든 그가 회장 취임 당시 제시했던 ‘최초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당시 그는 하나금융그룹을 아시아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그룹의 새로운 비전으로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을 선포했다. 주주 가치와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만들겠다는 다짐도 내놨다.

취임 이후 2년 8개월간 달성한 성과를 가장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성적표는 무엇보다도 실적이다. 하나금융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취임 첫해인 2022년 2조8494억 원, 2023년 2조9779억 원, 올해 3조2254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8.3% 성장한 규모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올해는 3분기까지의 누적 실적만으로 연간 순익 ‘3조 클럽’에 이미 입성한 것이다. 신탁 자산을 포함한 그룹의 총자산 또한 전년 대비 4.4% 증가한 801조9660억 원을 기록했다. 그룹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62%, 총자산이익률(ROA)은 0.71%로 안정적인 경영 지표를 유지하고 있다.

밸류업 행보도 박차…“주주 환원 정책 추진”




올 들어 시장의 주요 화두로 떠오른 밸류업 행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하나금융은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밸류업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주주환원율, 보통주자본비율(CET1), ROE를 기업 밸류업의 3대 핵심 지표로 선정했는데, 각각의 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세 가지 목표와 이행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자사주 매입·소각 비중을 확대해 오는 2027년까지 총주주환원율을 50%까지 단계적으로 늘리고, 자본관리 정책 개선을 통해 보통주자본비율을 13~13.5%로 관리하면서 해당 구간에서는 일관된 주주 환원 정책을 이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운영을 통해 자기자본이익률을 10% 이상으로 유지하고, 그룹의 중점추진과제 항목에 밸류업 계획을 반영하기로 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이 발표한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은 명확한 타임라인을 제시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는 관점에서 긍정적”이라며 “2025년부터 분기별 균등 배당을 도입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올해 현금 배당이 전체 주주 환원의 69%를 차지하는 현재 구조에서 향후 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의 비중을 53대47로 개선할 것을 공표한 것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ROE 개선 노력의 성과를 확인하는 것이 향후 하나금융 밸류업 행보의 관건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하나금융은 ROE 10% 이상 유지를 위해 위험가중자산이익률을 제고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내재화를 이행 방안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국내 금융업 전반의 과제”라며 “하나금융의 차별화된 역량인 금융그룹 내 시너지 창출, 차별화된 개인·기업 고객을 활용한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향후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 회장도 적극적인 해외 행보를 통해 글로벌 시장의 눈높이에 맞는 주주 환원 정책을 이행할 것이란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함 회장은 지난 11월 13일 아시아 금융 허브 홍콩에서 개최된 ‘금융권 공동 홍콩 IR(INVEST K-FINANCE: HONG KONG IR 2024)’에 참석해 글로벌 투자자 앞에서 구체적인 밸류업 이행 방안을 직접 설명했다.

함 회장은 “시장의 기대 수준에 걸맞은 주주 환원은 지속 가능한 수익성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며, 철저한 현황 진단과 실질적 이행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밸류업 계획의 핵심 요소”라며 “그룹은 이러한 지속 가능한 수익성 확보를 통해 글로벌 시장의 눈높이에 맞는 주주 환원 정책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가 과제

향후 하나금융이 중장기적으로 주주 가치를 높이고 밸류업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가 필수다. 이는 함 회장도 고려하고 있는 부분이다. 홍콩 IR에서도 비은행 포트폴리오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함 회장은 홍콩 IR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하나금융이 지난해 비은행 부문 수익 기여가 5%에 지나지 않아 해외 투자자들에게 비은행 강화 전략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은행 의존도가 95%라 그런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해외 대체부동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의 요인이 증권이나 캐피털 실적에 많은 영향을 줘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3분기 그룹 관계사별 당기순이익을 보면, 하나캐피탈은 전년 대비 36.6% 감소한 1212억 원의 3분기 누적 순익을 기록했다. 함 회장의 말대로 침체된 해외 부동산 시장이 영향을 끼쳤다. 하나증권도 올해는 흑자전환을 했지만 지난해 국내 부동산 PF 충당금, 해외 대체투자 평가손실 등으로 연간 2889억 원의 순손실을 낸 바 있다.

다만 함 회장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더라도 분명한 원칙을 세워 추진할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단순히 외형 성장, 규모를 키우기 위한 인수·합병(M&A)에 집착하지 않고 주주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M&A를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지금은 그룹의 기초체력을 높이기 위해 충전하는 축적의 시간”이라며 “향후 그룹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M&A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리딩 금융그룹으로 가는 길

함 회장은 취임 이후 ‘글로벌 리딩 금융그룹 위상 강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하나금융은 6월 말 기준으로 국내 금융그룹 중 가장 많은 26개 지역에 진출해 있으며, 총 220개 글로벌 채널에 4638명의 글로벌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올해 들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은행 사무소를 신규 개설한 데 이어, 현재 폴란드와 인도 2곳에 은행 신규 지점 개설을 추진 중이다.

비은행 부문에서는 2022년 9월 하나증권이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의 증권 자회사인 BSC의 지분 35%를 취득해 베트남 증권업에 진출했다. 또 올해 미국 증권사에 대한 전략적 지분 투자, 싱가포르 자산운용사에 대한 지분 투자 등 글로벌 포트폴리오에서 비은행 부문의 비중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 중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글로벌 대체투자 관련 손실 발생에 따라 글로벌 투자 부문의 실적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글로벌 채널은 견조한 이익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인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글로벌 인력 수요가 있을 때마다 실시했던 ‘공모선발’ 방식에서 벗어나 ‘준비된 글로벌 인재의 선제적 확보’를 목표로 체계적 글로벌 인재 육성 관리 체계인 GT(Global Talent) 제도를 2020년 도입했다. 시행 5년 차를 맞은 GT 제도는 글로벌 인재의 양적·질적 성장에 기여하는 제도로 정착됐다. 현재 하나금융은 연간 해외 근무자 교체 수요의 5배수에 해당하는 글로벌 인재를 확보했다.

정예화된 디지털 사업 추진

함 회장이 내놓은 전략 중에는 디지털 금융의 혁신도 포함된다. 정예화된 디지털 사업의 추진으로 고객들이 보다 쉽고 편리하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디지털 혁신 또한 금융업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예컨대 ‘자산관리’와 ‘외국환’ 분야에서 각각 강점을 지닌 하나은행의 특성을 살려, 이를 디지털로 구현하려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4월에는 은행권 최초로 인공지능(AI) 자산관리 서비스 ‘아이 웰스(AI wealth)’를 도입했다. 아이 웰스는 하나은행이 자체 개발한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프라이빗뱅커(PB) 수준의 초개인화된 자산 진단과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다. 올해 10월 말 기준 포트폴리오 총 판매액이 약 1조 원을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외국환’ 분야에서는 지난 2022년 7월 출시된 ‘트래블로그’를 통한 디지털 환전을 내세우고 있다. 이 서비스는 10월 말 기준 가입자 수 약 658만 명, 누적 환전액 약 2조7000억 원을 돌파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올해는 디지털을 통해 금융업 본업을 더욱 강화했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외부 기업과 협업해 금융의 범위를 확장하며, 다양한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해 쉽고 편리한 금융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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