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1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 류머티스 학회(ACR)에서는 전신 홍반성 루푸스(SLE·루푸스병), 류머티스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CD19 타깃 CAR-T 치료제 임상 결과가 쏟아졌다. CD19 타깃 CAR-T 치료제는 현재 혈액암의 일종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치료제로 주로 활용되고 있다.
BMS는 이번 학회에서 루푸스병 환자 11명과 전신 경화증(SSc) 환자 3명, 특발성 염증성 근병증(IIM) 1명을 대상으로 CD19 타깃 CAR-T 치료제인 BMS-986353를 투여한 결과 7명의 환자의 증상이 개선됐다는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BMS는 향후 용량증량시험을 통해 2상에서 최적의 용량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BMS 관계자는 "저용량 투여군에서 유망한 효능과 안전성 예비 데이터를 보였다"고 했다.
카발레타 바이오는 CABA-201를 투여한 환자 8명을 조사해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CABA-201은 4-1BB를 포함한 CD19 타깃 CAR-T 치료제다. 임상은 루푸스병, 면역 매개성 괴사성 근병증(IMNM) 등의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약물을 투여한 환자들은 문제가 되는 B세포가 사라졌으며 이후 정상 B세포가 다시 채워지는 현상이 관찰됐다. 카발레타 관계자는 "자가면역질환 환자에게 강력한 효능을 보이면서도 면역억제제 없이 임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했다.
키버나 테라퓨틱스도 중증 루푸스 신염(LN) 환자들을 대상으로 KYV-101를 투여한 결과를 발표했다. CD19 타깃 CAR-T 치료제인 KYV-101를 투여 받은 환자들을 6개월 추적 관찰해보니 모든 환자 케이스에서 지속적인 효능이 확인됐다. 높은 등급의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 신경독성증후군(ICANS) 등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혈액암을 대상으로 주로 활용되던 CAR-T를 루푸스병 등 자가면역질환으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이유는 치료제의 원리에서 찾을 수 있다. CAR-T 치료제는 암세포를 찾아 공격하도록 조작된 T세포다. 루푸스병 환자들은 비정상 B세포가 과다 발현되는데 CAR-T 치료제가 이들을 찾아 공격하게 할 수 있다. 암세포가 된 B세포를 모두 없앤 뒤 다시 면역체계를 '재시작'하도록 하는 원리다.
지난해 기준 루푸스병을 포함한 B세포 매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은 기존 혈액암(DLBCL) 시장의 10배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약 56조원 규모다. 혈액암 CAR-T 치료제를 개발하던 회사들이 자가면역질환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특히 루푸스병의 경우 GSK 벤리스타 이외에는 별다른 치료 옵션이 없어 CAR-T 치료제가 환자들의 선택권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CAR-T 치료제가 B세포를 파괴하는 과정에서 면역반응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우려된다. 면역세포를 타깃으로 하는 만큼 혈액암을 치료할 때보다 더 심각한 CRS나 ICANS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루푸스병에서도 CAR-T 치료제가 안전성을 입증한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며 "혈액암 이후 고형암에서 고전하고 있는 CAR-T 치료제의 적응증을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4년 11월 22일 09시14분 게재됐습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