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22일 14:3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자신의 우군이라고 주장하던 백기사 군단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분 전량을 매각한 데 이어 최 회장의 초등학교 동창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캐피탈 대표 측과 한국앤컴퍼니그룹도 지분을 팔고 나갔다. '유상증자 폭탄' 사태 이후로 최 회장의 최측근 주주들마저 최 회장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보유 중이던 고려아연 주식 15만5110주(지분율 기준 0.7%)를 전량 매각했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도 보유 중이던 지분 약 0.1%를 모두 팔았다.
그간 한국타이어는 최 회장 측의 우군으로 분류됐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지난해 말 MBK파트너스로부터 경영권 공격을 받은 경험이 있는 만큼 동병상련인 최 회장의 백기사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조 회장은 최 회장을 돕는 대신 시세 차익을 얻는 방안을 택했다. 고려아연 지분 매수와 매각 시점을 고려하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약 600억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앤컴퍼니그룹 관계자는 "지분 매각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BRV캐피탈이 가지고 있던 고려아연 지분 0.5%와 투자전문회사인 에이알티코퍼레이션을 통해 보유 중이던 고려아연 지분 약 0.2%를 모두 매각했다. 윤 대표의 부인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도 고려아연 지분 약 8000주를 팔았다.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맏사위인 윤 대표는 최 회장과 경기초등학교 동창이다.
앞서 고려아연 지분을 매각한 게 확인된 한국투자증권(0.8%)과 이번에 확인된 한국앤컴퍼니그룹(0.7%)와 BRV캐피탈 측(0.7%)의 지분을 더하면 2.2%에 달한다. 이르면 올해 말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MBK파트너스·고려아연 연합과 표 대결을 벌여야 하는 최 회장 입장에선 백기사의 연이은 이탈은 뼈아픈 일이다.
최 회장 일가와 베인캐피탈은 고려아연 지분 17.01%를 보유하고 있다. 39.83%를 보유 중인 MBK 연합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업계에선 최 회장 측 우호 세력 지분을 기존엔 18.32%로 추정했지만 한국앤컴퍼니그룹과 BRV캐피탈 지분이 빠지면서 16.92%로 줄었다. 최 회장 일가와 베인캐피탈, 백기사 추정 지분을 모두 더해도 33.93%로 MBK 연합과의 격차가 6%포인트 가량 벌어졌다. MBK 연합이 계속해서 장내매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격차는 더 클 가능성이 높다.
백기사의 이탈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 회장이 자신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다른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대거 희석되는 2조5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기습 유상증자를 추진한 뒤로 이탈이 더욱 가속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주주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지만 상당수의 주주들은 이미 등을 돌린 상황이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최 회장의 백기사임을 선언한 곳은 한화그룹뿐이다. 한화그룹은 앞서 고려아연이 보유 중이던 ㈜한화 지분 7.25%를 사오는 거래를 하면서 한화H2에너지 USA(4.8%), 한화임팩트(1.8%), ㈜한화(1.2%) 등이 보유한 지분은 계속 보유하며 사업협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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