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경찰청의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전액 삭감하는 동시에 이재명 대표가 주장해온 지역화폐 발행지원예산은 대폭 증액했다. 여권에서는 정부에 대한 '보복성 예산'이자 이 대표를 위한 '정치 예산'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대통령실 특활비를 82억5100만원에서 0원으로 전액 삭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단독 처리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그간의 특활비 집행 내역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대통령실의 손발을 묶는다고 이재명 대표가 사는 것은 아니다, 분풀이 예산을 하지 말고 정상적인 예산안으로 다시 만들자"고 말했지만, 민주당은 처리를 강했했다. 다른 야당 의원인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도 나서서 "특활비 100% 전액 삭감은 과하다"고 반대했지만, 바뀌지 않았다.
민주당은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찰, 경찰, 감사원 등 사정기관 특활비도 전액 삭감했다. 사정기관의 쌈짓돈을 없애겠다는 논리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수사를 하지 말라는거냐고 반발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성 삭감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 간부 인건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원 예상이 크게 삭감됐다. 방통위 상임위원 3명이 언제 임명될지 모른다며 상임위원 인건비를 2억4800만원 줄인게 대표적이다. 기획조정관 기본경비도 6억8200만원 줄였다. 김태규 방통위 부위원장 겸 위원장 직무대행이 "방통위 조직 운영을 위해 꼭 필요한 기본 경기가 삭감돼 사업 추진이 원만하게 이행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고수했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안에 없던 지역 화폐 발생 지원 예산을 2조원으로 늘렸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변경안을 단독의결한 것이다. 지역화폐는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을 할 때부터 역점을 둔 사업으로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고 있다. 이 대표는 지금도 소비 진작 효과를 위해 지역 화폐 발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각종 연구에서 지역 화폐의 소비 진작 효과는 미미하고, 재정만 낭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민주당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민주당이 거대 의석을 무기 삼아 일방적 예산 삭감 '갑질'을 자행하고 있다"며 "예산은 당리당략의 문제가 아닌만큼, 민주당은 분풀이식 예산 삭감과 갑질 횡포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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