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에게 종종 듣는 질문이다. 중학교 2~3학년이 되면 점점 해야 할 학습량이 늘어나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 그러니 미리 배경지식에 필요한 책을 분야별로 읽히고 문해력을 키워주고 싶다는 속뜻일 게다.
요즘 서점에 가면 ‘문해력’과 관련한 책이 즐비하다. 2028학년도 수학능력시험부터 선택과목이 사라지고 ‘통합 수능’으로 치르면서 국어영역에서의 변별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해서다. 효율적으로 빠르게 문해력을 기르고 시험에 필요한 공부를 시키고 싶은 부모님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문해력은 단기간에 길러지는 게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책 읽는 걸 즐기는 아이가 문해력이 좋다. 어떻게 하면 책 읽는 걸 즐기게 될까?
필자의 아이는 어릴 때 로알드 달의 소설을 좋아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를 비롯해 그의 소설은 대부분 읽었다. 어른이 돼 보니 이걸 어린이가 봐도 될까 싶을 정도로 그의 소설은 잔인한 측면이 많았다. 읽지 못하게 하기보다 느낀 점을 함께 이야기했다.
“아우구스투스가 초콜릿 강에 빠졌는데 구해주지 않고 지켜보는 건 너무 하지 않아?”
“초콜릿 강에 손대지 말라고 했잖아.”
“그래도 궁금할 수 있잖아. 사람은 누구나 실수해.”
“그렇긴 하네. 떠내려가는 걸 보면서 놀리는 노래까지 부르다니 진짜 잔인하긴 하다.”
말랑말랑한 아이들의 사고는 독서와 대화를 통해 점차 확장돼 간다. 우리는 로알드 달이 살던 집을 방문했다. 영국 런던 근교 그가 살던 집은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다. 좋아하는 작가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으니 즐거워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작가인 찰스 디킨스의 집도 찾았고, 과학책에서 접한 찰스 다윈과 아이작 뉴턴의 집도 방문했다.
꼭 해외가 아니어도 된다. 황순원 <소나기>의 배경 양평, 김유정 <봄봄>의 배경 춘천, 배유안 <초정리 편지>의 배경인 청주 등…. 책을 읽는 시간이 즐겁게 느껴지면 된다. 다만 내용을 잘 파악했는지 점검하거나 반드시 독후감을 쓰도록 강요하지 말았으면 한다. 좋아서 읽다 보면 생각을 표현하고 싶어지게 마련이다. 그럴 때 독후감을 쓰면 된다.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으면 그림을 그리면 된다.
부모나 교사가 읽히고 싶은 책을 읽으라고 하지 말고 아이가 재밌어하는 책을 읽게 하는 게 좋다. ‘독서 편식’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역사책을 읽다가 미술사 책을 보고, 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예술 속에 숨은 수학과 과학까지 관심이 확장될 수 있다. 부모도 함께 읽자. 어릴 때 봤던 동화나 소설도 부모가 돼 읽으면 새롭게 느껴진다. 아이와의 대화가 풍성해지고 함께할 수 있는 활동도 늘어난다. 문해력과 높은 국어영역 점수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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