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의 도래 등 글로벌 불확실성 시대를 맞아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로 대응하자”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22일 일본 도쿄대에서 열린 ‘도쿄포럼 2024’ 개회사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디자인이 비즈니스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주어진 자원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사업을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쿄포럼은 최종현학술원과 도쿄대가 2019년부터 매년 공동 개최하는 행사다. 올해는 ‘미래를 설계하고, 내일을 디자인하다’를 주제로 열렸다.
최 회장은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고객 수요 충족, 가치 창출 등 최적의 사업을 만들어내는 디자이너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에서도 디자인 사고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기업인은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며 사업을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역사와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디자인 사고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도 소개했다. 그는 “SK그룹은 7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며 “섬유에서 석유, 통신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반도체와 AI로 포트폴리오를 혁신했다”고 말했다.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고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는 데 디자인 사고가 바탕이 됐다는 설명이다. AI 사업과 같이 모든 영역을 통합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복잡한 사업에도 디자인 사고가 필요하다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다.
최 회장은 탄소 배출 감축, 불평등 같은 사회 문제 해결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려면 선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일수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디자인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더 새롭고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번 포럼에선 한·일 대학생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유스(youth) 세션’도 열렸다. 최 회장은 “항상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불가능을 극복하는 젊은 세대의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비즈니스 리더 세션’에도 패널로 참석했다. 기업이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도록 다양한 인센티브 시스템 구축 등을 제안했다.
이번 포럼에는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겸 한국고등교육재단 대표, 후지이 데루오 도쿄대 총장, 사토 야스히로 미즈호파이낸셜그룹 특별고문, 대니얼 노박 세계경제포럼 국장 등이 참석해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해법을 모색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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