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도 실패한 '인공태양 핵심 부품'…한국이 납품

입력 2024-11-22 17:41   수정 2024-11-23 01:37


한국이 ‘인공태양’의 핵심 부품을 제작해 조달했다. 제작 난도가 높은 부품을 기한 내 제조한 것은 물론이고 유럽연합(EU)이 만들지 못한 핵심 부품까지 추가 수주에 성공했다. 새로운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핵융합 발전 분야에서 한국 제조 업체들이 주도권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을 위해 한국이 담당한 핵심 부품인 진공 용기 섹터의 조달을 완료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로써 한국은 핵융합로 핵심 부품인 진공 용기의 설계부터 제작, 품질 관리에 이르까지 전 과정의 기술을 확보했다.

ITER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EU, 러시아, 인도, 중국, 일본 등 핵융합 선진 7개국이 모여 공동 건설 중인 초대형 핵융합 장치다. ITER은 핵융합 반응을 통해 500㎿급 대용량 청정에너지의 생산 가능성을 실증하는 게 목표다.

핵융합 발전은 태양이 열과 빛을 얻는 것과 원리가 똑같다.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원자핵이 고온에서 결합한 뒤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는 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 수소는 흔한 물질이며, 핵융합 연료 1g이면 석유 8000t에 상응하는 에너지를 낼 수 있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인류의 에너지난을 단숨에 해결할 수 있다.

ITER 프로젝트의 핵심은 1억 도가 넘는 초고온 플라스마를 발생시켜 고진공 환경을 구현하는 진공 용기다. ‘토카막(Tokamak)’으로 불리는 도넛 형태 진공 용기는 총 9개 섹터로 구성돼 있고 그중 한국은 4개 섹터를 담당했다. 각 섹터는 높이 13.8m, 무게 약 400t이다. 9개 섹터를 모두 조립한 무게는 5000t에 달한다.

각 섹터는 다시 조각 4개로 나눠 제작돼 결합에 필요한 용접 길이만 1.6㎞가 넘는다. 부품을 오차 없이 조립하려면 수㎜ 이하의 공차를 유지해야 하므로 초고난도 성형·용접 기술이 필수다. ITER 부품 중 제작 난도가 가장 높은 품목이다.

당초 한국은 이행협정에 따라 진공 용기 섹터 2개를 담당했으나 나머지 7개 섹터를 맡은 EU의 제작이 지연되면서 2016년 2개 섹터를 추가로 담당했다. 그 결과 국내 기업은 총 1200억원 상당의 해외 수주 성과를 창출했다.

ITER 국제기구는 한국의 진공 용기 마지막 섹터 조달을 축하하는 기념식을 21일(현지시간) 프랑스 카다라슈 현지에서 개최했다. 피에트로 바라바스키 ITER 국제기구 사무총장 등 7개 회원국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ITER 사업으로 확보한 핵융합로 기술과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핵융합 실증로 건설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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