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의장은 2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투세 공제 한도가 5000만원이었던 것처럼 암호화폐 소득세 (공제 한도)도 25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상향하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총선 공약”이라며 “세법 심사 과정에서 이를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것이 당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내에서) ‘암호화폐 투자소득세 과세가 기술·실무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당내에서 이 대표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암호화폐 과세 회의론’을 적극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표는 최근 비공개 지도부 회의에서 ‘암호화폐 과세가 가능한지, 과세 체계가 마련돼 있는지’ 등을 질문하며 과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진 의장은 과세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지만 암호화폐 과세 유예 주장은 당내에서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 과세는 내년 1월부터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지난 7월 정부와 여당이 2년 유예안을 채택하며 과세 유예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민주당은 세액공제를 상향하는 선에서 내년부터 과세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역시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었지만, 올해 초 정부가 폐지 입장을 내놓으며 불붙었던 금투세에 대한 민주당 내 논쟁과 닮았다.
다만 과세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은 변수다. 이 대표가 7월에 일찌감치 유예론에 불을 붙이며 9월에는 당내 ‘끝장토론’까지 벌였던 금투세와 달리 암호화폐 과세까지는 앞으로 5주밖에 남지 않았다. 소득세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과세는 예정대로 이뤄진다. 1400만 명에 이르는 주식 개인투자자에 비해 암호화폐 투자자는 780만 명으로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금투세와는 다르다. 암호화폐에 투자하지 않는 유권자가 더 많은 만큼 과세 유예를 하더라도 정치적 실익이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진 의장을 비롯한 당내 정책통의 입장을 또다시 뒤집는 것도 이 대표에게는 부담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암호화폐 과세마저 이 대표가 방향을 틀면 진 의장부터 기재위 간사인 정태호 의원까지 물러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금투세 폐지 결정 이후 민주당 전통 지지층이 강하게 반발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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