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가 58억4000만달러(약 8조1737억원)에 달하는데도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 보유 현금이 3000만달러(약 420억원)로 고갈돼 결국 채무 조정을 신청했다. 노스볼트는 채권자와의 협의를 통해 부채 상환을 잠정 중단하고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EU와 중국의 밀착 가능성에 주목했다. 현재 EU는 고관세 정책 등을 협상 카드로 세계 1위 배터리 셀 제조사인 CATL 등 중국 업체의 현지 생산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드 테크’(중국의 첨단 기술)의 진입을 원천 차단하는 미국과 달리 EU는 시장을 내주되 기술(지식재산권)을 달라고 중국에 요구하고 있다. 노스볼트는 그동안 폭스바겐, BMW, 지멘스, 골드만삭스, 블랙록, 독일·캐나다 정부 등으로부터 150억달러(약 21조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한국 업체는 유럽시장에서 중국과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일 준비를 해야 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한국, 중국 주요 업체의 수율이 95% 이상인 것에 비해 노스볼트는 40% 미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체 최고경영자(CEO) 출신 한 전문가는 “노스볼트는 특히 전극공정에 문제가 있었는데, 온도 등 아주 작은 노이즈에도 수율이 크게 달라지는 작업”이라며 “이걸 해결하려면 현장 말단 직원부터 실장, 단장까지 수십 가지 변수에 대한 노하우가 있어야 하지만 노스볼트는 이를 실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중국 업체들이 산적한 노스볼트의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작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CATL조차 중국에서 공장을 가동한 경험이 거의 전부”라며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서 제너럴모터스(GM)와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고 가동 한 달 만에 수율 90% 이상을 달성한 것을 중국과 유럽이 단숨에 따라잡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배터리에 기회 요인이 더 많다고 전망하는 이유다.
노스볼트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영국 브리티시볼트, 노르웨이 모로배터리·프레이어, 프랑스 ACC·베르코어 등 유럽의 다른 배터리 업체도 수율 문제와 실적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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