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길 줄 알았다"…中, 미국산 반도체칩 쓸어담은 이유

입력 2024-11-22 18:11   수정 2024-11-23 01:57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 칩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내년 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반도체 제재가 더 거세질 상황에 대비해서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올해 10월 중국의 미국산 칩 수입액은 11억1000만달러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급증했다. 1~10월로 보면 중국은 미국에서 반도체를 96억1000만달러어치 수입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2.5% 뛴 규모다.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지지율이 높아지던 올 하반기부터는 매월 10억달러어치 이상 미국산 칩을 사들였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일찌감치 트럼프 당선인 취임을 대비해왔다. 트럼프 시대에서 대중 반도체 수출이 훨씬 엄격해지고 관련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 때문에 미국산 반도체와 해외 반도체 제조 장비 구매를 발 빠르게 늘려왔다. 1~10월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은 333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 확대됐다. 미국의 제재로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등의 수입이 차단됐기 때문에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구형 반도체를 집중 공략했다. 반도체 자급자족 비율을 높이기 위해 핵심 부품과 장비를 비축해왔다는 게 SCMP 분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을 줄곧 ‘복합적 위협’으로 규정하고 규제 확대를 예고해왔다. 실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는 중국 대표 기술 업체 화웨이와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중신궈지)가 미국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다.

이에 중국 반도체 칩 업체들은 새로운 반도체 공장에 투자를 늘려 미국과 동맹국의 수출 규제를 우회하려 하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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