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이처럼 직접 정책 기조 전환을 밝힌 것은 내수 부진과 경제 성장 둔화가 심각해 취약계층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정부는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올해 경제성장률을 2%대 후반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건설 경기와 민간 소비가 침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하반기 들어 수출마저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2%대 초반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엔 2.0%로 예상하고 트럼프 리스크 등 외부 환경이 악화하면 1%대로 추락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경기 부양과 민생 지원 쪽으로 정책 우선순위가 바뀌었으면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재정 정책 기조 역시 긴축에서 적극 재정으로 전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윤 정부가 지금까지 재정 건전성을 강조해 왔다고 해서 거기에만 묶여 있어선 곤란하다. 재정은 건전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경기 안정화 기능을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민간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시기일수록 재정이 경기 진작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다행히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아직 50%를 밑돌고 있어, 100~200%를 웃도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 비해 재정 여력이 있는 편이다. 경기가 회복된 후 지출을 조절하면 전체적으로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
경기 회복을 위한 재정 확대를 결정했다면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시점과 규모는 정부가 제출한 677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이 국회에서 어떻게 확정되는지 보고 정할 일이다. 다만 본예산과 추경예산을 합쳐 내년 예산 증가율을 경상성장률을 과도하게 뛰어넘는 수준으로 정한다면 건전 재정의 틀이 무너지게 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특히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무작정 돈을 퍼주는 포퓰리즘에 빠지는 것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기준과 원칙을 확실하게 세워 투명하게 집행해야 한다. 또 재정 지출을 늘리더라도 불요불급한 예산은 줄이는 재정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기존 정책 중에 과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기초연금 인상, 병사 월급 인상, 국가장학금 확대 등도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야당이 주장해온 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급 같은 정책도 아예 싹을 잘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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