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범죄가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영국의 한 이동통신사가 보이스피싱범을 농락하는 '인공지능(AI) 할머니'를 내세워 주목받고 있다.
19일(현지 시간)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영국 이동통신사 오투(O2)는 보이스피싱 범죄 대응을 위한 인공지능(AI) 모델 '데이지(Daisy)’를 선보였다. 데이지는 전형적인 영국 할머니의 목소리와 말투를 구사하도록 설계됐다.
오투가 AI 할머니를 내세운 것은 보이스피싱 범죄의 주요 표적이 노인층이라는 점을 고려한 전략이다. 데이지의 주요 임무는 보이스피싱범들과 최대한 오래 통화하면서 그들의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게 만드는 것이다.
오투 관계자는 "많은 영국인들이 보이스피싱범들을 괴롭히고 싶어 하지만 직접 시간을 투자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데이지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데이지는 전용 전화번호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번호를 보이스피싱범들의 연락처 목록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전화를 유도한다. 실제 통화에서 데이지는 상대방의 대화에 자연스럽게 즉각 대응하며 최장 40분까지 보이스피싱범들을 붙잡아두는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투가 공개한 홍보영상에서 데이지는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 이야기 등 일상적인 대화로 화제를 돌리며 특정 사이트에 접근하도록 유도하는 보이스피싱범들을 농락한다. 보이스피싱범이 짜증을 내며 통화 종료를 시도하면 데이지는 "시간이 참 빨리도 가네요"라며 천연덕스럽게 응수하는 등 고도의 대처 능력을 선보이고 있다.
오투 측은 "데이지를 통해 보이스피싱범들에게 역전극을 펼치고 있다"며 "사기범들을 전화선에 붙잡아두는 것만으로도 잠재적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이스피싱 범죄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각국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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