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직 사원이 업무시간 중 매일 무단으로 귀가해 3시간 넘게 개인적 용무를 봤다면 해고 사유라는 항소심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해당 사원은 1심에서 패소하자 2심에서 "내가 여성이고 노조 활동에 열심히 했기 때문에 표적 감사를 한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를 입증할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결론을 뒤집지는 못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1일 전 현대자동차의 판매 영업 사원 A씨가 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심을 인용하고 A의 항소를 기각했다(2023나2010106).
<i>1심 상세 내용은 "애들 점심 챙기려고"…매일 3시간씩 몰래 집 간 직원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참고 </i>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조사기간 37일 중 공휴일과 사무실 당직 근무를 제외하면 매일인 26일을 집에 들렀던 것. 집에 머문 시간도 평균 약 3시간 34분이었다. 결국 회사는 징계 절차에 착수했고, 면담 과정에서 A는 "아이들 점심을 챙겨주기 위한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해고 징계가 내려지자 A는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먼저 A는 "(회사가) 반헌법적인 사찰행위를 통해 증거를 수집했다"며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는 비위행위의 증거가 될 수 없으므로, 해고 사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 단체협약에서 '사찰'을 금지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어 △자택에서도 전화·문자로 업무를 수행했고, △코로나19 탓에 대면 영업활동이 어려웠던 점 등을 들어 징계 사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현장조사를 통한 증거수집도 형법,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것으로 A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따라 A는 해고가 무효이므로 자신을 복직시키고, 약 2년치 임금 1억3600만원을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법원은 회사가 외근 영업직의 근무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장조사 밖에 없으므로 증거 수집 과정도 적법하다고 봤다. 법원은 "영업직 사원과 회사 간 근로관계는 성실하게 영업을 하리라는 고도의 신뢰에 기초한다"며 "회사는 A에 매년 8000만원 이상의 적잖은 임금을 지급했으며, 이는 성실한 영업 활동을 전제로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회사 단체협약에 따르면 판매 실적 부진을 이유로 영업직 사원을 징계·전보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이를 이용해 영업활동을 태만히 한다면 회사는 막대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특별히 사생활 침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문제도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취업규칙에 따르면 직원은 근무시간 중 성실하게 영업활동을 할 의무가 있고 업무와 관련 없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며 "근로자가 근무시간 중 영업활동을 하지 않고 자택에 체류하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정당한 관심사이므로 전적으로 사생활의 영역에 속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항소심에서 A씨는 자신이 노조 활동에 적극적이고, 여성이며, 현장조사 직전 해인 2019년도에 실적이 부진해 ‘표적 감사’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비위행위에 대한 익명 제보가 있었다는게 사실인지를 밝혀달라고 법원에 요구했다. 제보 없이 사생활 감시 목적으로 이뤄진 사찰 행위라는 주장이다. 회사가 익명 제보를 녹음한 파일이 기간 경과로 자동 삭제 됐다는 이유로 제시하지 못한 점 등을 파고 들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회사 측은 A씨에게 사직을 권고하는 초기단계부터 익명 제보를 받았다며 일관되게 밝혔고 담당 직원들의 진술이나 추후 진행경과가 자연스럽고 신빙성이 있다"며 "제보 녹음파일이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제보 내용?접수 경위?현장조사 중간 과정이 기록된 보고문서나 공문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익명 제보가 있었다는 사실을 뒤집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즉시 상고했다.
한 대형로펌 노동전문 변호사는 "재판부가 근로자의 고액 연봉, 단체협약 해고 조항의 경직성 등을 강조한 점은 다소 이례적"이라며 "그만큼 대기업의 좋은 복지와 처우에 대해서는 성실 근무의 의무가 부여된다는 점을 지적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항소심에서는 사찰인지를 중요한 쟁점으로 보고 '익명 제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현장 조사 수립 과정' 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며 "회사에게 일반적인 감시 권리를 인정했다고 해석해서는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곽용희/ 민경진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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