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라"…시어머니 병간호한 며느리 아령으로 때린 시아버지

입력 2024-11-23 07:44   수정 2024-11-23 07:52


아픈 시어머니를 돌본 며느리를 사소한 시비 끝에 살해하려고 한 시아버지가 1심에서 결국 실형을 선고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제12형사부(김도형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95)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8월 18일 오후 8시 17분께 전주 시내 자택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큰며느리 B씨의 머리를 3㎏짜리 아령으로 여러 차례 내려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B씨가 강한 충격으로 잠시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난 후에도 "죽어라"고 외치며 목을 조르기도 했다.

B씨는 머리뼈에 금이 갈 정도로 크게 다쳐 응급실로 옮겨졌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사 결과, A씨는 시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시댁에 머무른 B씨와 범행 며칠 전부터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다퉜다. A씨는 가족과 함께 밥을 먹는 자리에서 "너희만 좋은 쌀로 밥 먹고, 내 건 안 좋은 쌀로 밥을 지었느냐"면서 B씨에게 심한 욕설을 내뱉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A씨는 이후 며느리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했으나, B씨가 "아버님이 나가시라"고 되받자 분에 못 이겨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고는 극약을 샀다. 그는 음독 전 '이대로 죽으면 내가 왜 죽었는지 알아줄 사람이 없다. 며느리를 먼저 죽여야겠다'고 마음먹고 방 안에 있던 아령을 집어 들고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폭행 사실은 인정했지만, 며느리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범행에 사용된 도구와 피해자의 부상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A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의사 없이 우발적으로 상해를 가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피해자가 현재까지도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피고인을 용서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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