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업계 "2차전지 소재가 새 먹거리"

입력 2024-11-24 17:14   수정 2024-11-24 17:16

국내 페인트 제조 기업들이 2차전지 소재로 눈을 돌리고 있다. 페인트의 원료 중 일부를 가공·활용하면 2차전지용 전해액 첨가제 등 배터리 소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페인트 수요가 감소하면서 각 업체가 이를 상쇄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2차전지 소재 개발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삼화페인트공업은 반도체 패키징용 에폭시 밀봉재(EMC)와 리튬 2차전지용 전해액 첨가제 등 신규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회사는 2012년 정밀화학팀(현 기초소재연구소)을 신설해 화학 소재 연구를 꾸준히 이어왔다. 페인트에 들어가는 에폭시 수지와 관련해 전자재료용 등급의 에폭시로 연구 영역을 점차 넓히다가 반도체 패키징과 2차전지 소재 개발까지 진출한 것이다.

2018년 삼화대림화학을 인수한 것도 관련 연구를 진척시킨 배경이 됐다. 지난 2월에는 2차전지에 들어가는 고순도 전해액 첨가제를 안정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기술 특허를 취득했다. 이 물질은 리튬 2차전지 전극 표면에 피막을 형성하는 첨가제로 배터리 안정성을 높이고 수명을 늘려주는 기능을 한다. 내년 3월 예정된 세계 최대 규모 배터리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2025’에 참가하기 위해 시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노루페인트는 올해 화학 소재를 활용해 2차전지 음극용 바인더, 방열 마감재와 접착제, 난연 실리콘 폼 및 패드 등 배터리와 관련한 13개 제품을 선보였다. 배터리 화재 위험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난연성 코팅제와 접착제, 수소연료전지와 수전해 제조에 필요한 접착제 등이 주력 제품이다. 노루페인트 관계자는 “2차전지 소재 핵심 기술력은 전기차의 화재 안전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며 “음극용 바인더는 음극재의 부피 팽창으로 인한 배터리 수명 감소를 방지해주고, 배터리 셀 사이에 들어가는 난연 실리콘 폼과 패드는 화재 전파를 막아준다”고 설명했다.

강남제비스코도 2차전지 파우치용 접착제와 방열 소재 등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과 공동으로 고용량 2차전지용 양극 바인더 기술 개발에도 나섰다.

페인트업계가 2차전지를 신사업으로 낙점한 것은 기존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료 원료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한다. 원유를 정제해 만드는 용제·수지 등은 국제 유가, 환율 등 외부 변수에 가격이 출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맞물리며 업계 전체에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국내 페인트 1위인 노루페인트의 매출은 2022년 7470억원에서 지난해 7805억원으로 4.4%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삼화페인트공업은 6460억원에서 6318억원으로, 강남제비스코는 6731억원에서 6387억원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용·차량용 도료 수요가 둔화해 페인트업계도 안정적인 신사업 확보가 화두로 떠올랐다”며 “도료 개발 분야에서 쌓은 기술력이 2차전지 소재 등 다른 화학사업에 진출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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