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2일까지 ‘풍문 또는 보도 등에 대한 해명’과 ‘조회공시 요구(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답변’ 미확정 공시는 305건을 기록했다. 2019년(154건)부터 지난해(313건)까지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인데, 올해도 최대치 경신이 유력하다. 반면 입장이 비교적 명확히 담긴 해명 공시와 부인 공시는 같은 기간 50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60건)보다 줄었다.
미확정 공시는 상장사가 의사결정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는 제도다. 주가에 큰 영향을 끼치는 소문 및 보도가 나면 한국거래소로부터 조회를 요구받거나 기업이 자발적으로 공시한다. 문제는 구체적 언급을 피하려는 기업 측 사례가 쌓여 모호한 문구가 담긴 ‘닮은꼴 공시’가 범람하게 됐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와 ‘내용이 정해지면 재공시하겠다’는 문구를 담아 한두 문장으로 짧게 공시하는 것이 일반화했다. 이수페타시스는 지난 4일 유상증자 추진과 관련해 “확정된 바 없다”는 미확정 공시를 올리고, 곧바로 8일 “증자가 확정됐다”는 공시를 다시 올려 소액주주의 공분을 샀다. 일부 투자자는 ‘결정된 바 없다’는 문구를 믿고 추가 투자에 나섰다가 손해를 보기도 했다.
한 대형 상장사 기업설명(IR) 담당자는 “의사회 의결 등 절차가 끝나기 전까지 공개 범위도 모호하고, 혹시나 추진 내용이 무산됐을 때 책임을 지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 측에 최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며 “작성 문구를 강제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상장사 공시 담당자는 “문구에 다른 표현 하나라도 담았다가 추후 법적 문제에 휘말릴까 봐 겁이 난다”며 “투자자 혼선이 크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안전하게 담을 수 있는지 거래소가 함께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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