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장세…수익률 지킬 '방패株'가 뜬다

입력 2024-11-24 17:35   수정 2024-11-25 00:28

미국 대선 종료 후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방어주 성격의 종목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등 주력 업종이 돌아가면서 급락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꾸준한 실적과 배당이 예상되는 방어주는 52주 신고가에 근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장세에서는 방어·배당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KB·우리, 52주 신고가 근접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18~22일) KRX 보험지수는 5.83% 올라 주요 지수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KRX 300 금융지수도 5.16% 뛰었다. 은행주만으로 구성된 KRX 은행 역시 4.63%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9.82%, 우리금융지주는 5.48% 올랐다. 삼성화재는 14.1% 급등했다. KB금융과 우리금융지주는 이달 22일 각각 9만8400원, 1만6760원에 마감하며 지난달 25일 장중 기록한 52주 신고가(10만3900원·1만7100원)에 근접했다.

금융주가 강세를 보인 것은 미 대선 종료 후 커진 변동성 회피 심리 때문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 후 국내 증시에선 관세 부과, 미·중 갈등 격화 우려 등으로 반도체·자동차 등 경기를 많이 타는 주력 업종이 힘을 쓰지 못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전기차에 지급되는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것이란 전망에 2차전지 업종도 변동성이 커졌다.

삼성전자가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소각 계획을 발표했지만 주가가 이틀간 오르는 데 그쳤고, 그나마 강세를 보이던 우주 방산 등 ‘트럼프 트레이딩’ 종목도 조정을 받았다.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은 고점 대비 각각 15.47%, 14.57% 떨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주뿐 아니라 유틸리티·통신 등 ‘전통적 방어주’도 힘을 내고 있다. 지난 한 주간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는 각각 5.09%, 14.6% 수익률을 보였다. 전기·가스 요금 정상화에 따른 저평가 해소 기대에 더해 리스크 회피를 위한 매수세가 유입됐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한전과 가스공사는 대외 변동성과 관계없이 내년부터 요금 정상화를 통한 저평가 해소가 예상된다”며 “방어주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T는 지난주 상승률이 7.23%에 달했고, SK텔레콤도 2.3% 올랐다.
고배당주 강세 지속 전망
이들 종목은 주주환원 정책에서도 기대를 받고 있다. KB금융을 비롯한 4대 금융지주와 KT, SK텔레콤 등 통신주는 이미 주주환원 계획을 담은 밸류업 공시를 마쳤다.

밸류업 기대에 올 들어 주가가 꾸준히 올랐지만 금융·통신주의 배당수익률(주가 대비 배당금)은 다른 업종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수준의 배당금을 가정할 경우 우리금융지주의 배당수익률은 22일 종가 기준 5.97%에 달한다. 배당 수익만으로 6%에 가까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SK텔레콤과 KT는 배당수익률이 각각 6.19%와 4.4%다. 계획대로 주주환원 확대가 이뤄지면 배당이 더 늘어나고 이에 따라 주가가 추가 상승하는 선순환이 기대된다. 배당을 중단한 한국가스공사도 올해부터 배당을 재개할 것으로 증권사들은 전망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국 증시에서 배당주는 다른 종목들과 비교해 높은 성과를 냈다”며 “내년 국내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이 둔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주주환원율이 높은 고배당주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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