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잡초처럼 살아남은 '가리비' 매출 터졌다…'대반전'

입력 2024-11-27 15:22   수정 2024-11-27 15:50


지난 25일 경남 고성군의 굴·가리비 전문업체 효성푸드 생산공장. 흰 작업복을 입은 채 가리비 상태를 최종 검수하는 직원들 뒤로 가리비가 가득 담긴 10㎏짜리 그물망 수십 여개가 보였다. 그 옆에선 가리비를 비닐 안에 넣고, 자동 포장하는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정해문 효성푸드 대표는 "여름철 해수온도가 30도 가까이 오르면서 대부분의 조개류가 피해를 입었는데, 굴과 가리비는 비교적 양호해 오히려 매출이 작년보다 두 배 늘었다"고 했다.

이상기후로 인한 폭염이 조개류 시장을 바꾸고 있다. 올 여름 홍합, 바지락, 멍게 등 조개류 대부분이 폐사하면서 씨가 말랐지만, 껍질이 두껍고 강해 폭염에 잘 버티는 굴과 가리비 매출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27일 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1~24일 가리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6% 급증했다. 매출이 다섯 배로 오르면서 조개류 카테고리 내 매출 순위도 5위에서 2위로 뛰었다. 매출 1위인 굴은 1년 전보다 10% 이상 더 팔리면서 최정상을 지켰다. 이에 비해 기존에 각각 2~4위였던 바지락·꼬막·홍합의 매출이 일제히 고꾸라졌다.



매출을 가른 건 이상기후다. 올 여름에 유독 덥고 습한 날씨로 홍합, 바지락 등의 상태가 나빠지면서 출하량이 급감했다. 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지난달 홍합 생산량은 567t으로 1년 전보다 84.6%나 줄었다. 충남 지역 바지락 양식장도 전체 면적의 60% 이상이 집단 폐사하면서 생산량이 급감했다. 이에 비해 지난달 굴 생산량은 79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하는 데 그쳤다. 국내 가리비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고성의 출하량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가리비와 굴의 피해가 적었던 건 딱딱한 껍질 때문이다. 문부성 이마트 수산매입팀 바이어는 "여름철에 고수온이 2주 넘게 이어지면서 조개류 폐사율이 확 뛰었는데, 패각(껍질)이 두껍고 강한 굴과 가리비는 거의 다 살아남았다"고 했다.

여름철까지 조개류 매출이 저조했던 유통업체들이 '굴·가리비 띄우기'에 나서면서 가격도 내리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가리비 소매가는 10월 4주차 ㎏당 8134원에서 11월 3주차 7600원으로 하락했다. 이마트도 오는 29일부터 봉지굴과 홍가리비 가격을 40~50% 낮추는 등 공격적인 할인에 나선다.

고성=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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