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재무부 장관에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 창업자 스콧 베센트(사진)를 지명하면서 달러화 강세가 수그러들었다.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2기 기간 보편적 관세와 보호주의 무역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달러화 가치는 올랐다. 이들 경제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속도가 더 느려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하지만 베센트의 경우 관세 정책을 점진적으로 현실화시킬 가능성이 있어 달러화 강세 흐름을 잠시 식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로화, 영국 파운드, 호주 달러가 달러화 대비 상승을 주도했다. 블룸버그는 “한국 원화와 동유럽 통화가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손실을 일부 만회하며 신흥국 통화의 상승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외환 시장이 이처럼 움직이는 것은 그동안 베센트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부과 공약에 대해 단계적인 접근 방식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베센트는 관세와 관련한 협상도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유니크레딧 뱅크의 에릭 닐센 수석 경제고문은 고객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미국 재무장관 자리에 여러 후보가 거명된 끝에 베센트가 지명되자 시장 참여자들은 말 그대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말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2일 연 4.41%에서 장을 마감했지만, 주말이 지나고 아시아 시장이 열리면서 25일 오후 3시 연 4.33%까지 떨어졌다. 급진적인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가 일부 사그라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도 다소 누그러든 영향이다.
실제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의 경우 트럼프 1기 때 로비스트나 대관 전담 임원을 통하지 않고 백악관과 직접 소통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애플이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적 지원을 받은 것도 이 같은 쿡 CEO의 노력 때문으로 알려졌다. 2019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일률적으로 10% 관세 부과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아이폰을 제외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쿡 CEO는 직접 트럼프 당선인에게 관세가 미국 내 아이폰 소비자 가격 인상을 부를 것이라면서 '삼성 같은 외국 경쟁사에만 유리할 것'이라는 논리로 설득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애플 외에 다른 기업들도 특별 면제 신청을 받아 관세를 감면받을 수 있게 했다.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담당한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5만건 이상, 철강 및 알루미늄 분야를 담당한 상무부에는 50만건에 달하는 신청이 몰렸다.
당시의 감면 신청 7000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공화당에 대한 과거 기부금이 많을수록 기업이 관세를 감면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박신영 특파원/이현일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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