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직장인들은 소득의 18.5%를 국민연금에 넣는다. 우리나라 국민연금과 같은 구조의 ‘소득연금’에 16%를 넣고, 소득의 2.5%는 스스로 투자 방식을 결정하는 ‘프리미엄연금’에 쌓는다.
이는 가입자가 특별히 운용사와 상품을 지정하지 않으면 정부가 운영하는 AP7에 적립된다.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처럼 가입자에게 투자의 자유를 주면서도 디폴트 옵션으로 정부가 양질의 상품을 개발해 운영하는 것이다.
AP7의 최근 10년 수익률은 공적연금 중 세계최고인 연평균 15%에 달한다. 폴 버그스트롬 AP7 최고경영자(CEO)는 영주닐슨 성균관대 SKK GSB 교수와 대담에서 “주식비중을 90%까지 높인 것이 높은 성과의 비결”이라며 “신흥국, 중소형 주식 등을 포트폴리오에 넣어 수익률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AP7이 민간 자산운용사와 자유경쟁을 한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정치적 합의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1990년대 이전엔 스웨덴도 다른 국가들처럼 확정급여형(DB형) 시스템으로 퇴직 전 소득의 60%를 보장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출생·고령화로 마이너스 성장에 빠지면서 과거의 시스템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프리미엄 연금으로 불리는 AP7도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습니다.”
▷1998년 스웨덴 연금개혁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적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 1990년대 스웨덴에선 개인의 선택을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따라서 평생 일하며 더 많이 내면 더 가져가고, 개인이 투자처를 선택한다는 아이디어 역시 이런 분위기에서 지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주식투자를 해야 노후를 보장할 수 있고, 이렇게 투자가 된 돈이 스웨덴 상장사들에 유입돼야 한다는 생각에 대체로 사람들이 동의했고, 정부도 세제혜택을 여러방면으로 내놓으면서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스웨덴도 고령화로 연금가입자의 숫자가 예전처럼 늘고 있지 않습니다. 이에따른 문제점은 없습니까.
“AP7은 지난 13년 간 인구구조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변경해왔습니다. 2010년에는 레버리지를 자산의 50%까지 취할 정도로 공격적인 투자를 했지만 2016년부터는 이 비중을 25%로 줄였습니다. 새로 연금에 가입하는 20대의 숫자는 줄고 급여가 더 높아 많은 돈을 내는 40~50대의 숫자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AP7은 나이가 어릴 때는 주식배분이 높게, 나이가 많을 때는 주식배분이 적게 배분을 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의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 연금에 가입하는 20대의 숫자가 줄면 자연스럽게 주식의 배분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지금보다 주식비중을 줄이게 되겠지만 65세 가입자도 주식비중은 3분의2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AP7의 의사결정구조가 궁금합니다. 이사회 구성은 어떻게 이뤄집니까.
“정부가 AP7에 생각하는 바를 얘기할 수는 있지만 직접적인 지시를 하거나 압력을 가할수 없습니다. 가장 상위조직은 이사회입니다. 이사회 의장은 애널리스트로 커리어를 시작한 금융투자 전문가입니다. 의장 뿐 아니라 이사회 멤버들은 리스크관리 전문가, 대기업 최고투자책임자(CIO) 출신, 보험회사 전문가 출신, 재무학 교수 등 모두 금융시장을 잘 아는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민간자산운용사들과 경쟁하면서 투자 인재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진 않나요.
“AP7은 민간운용사들처럼 보너스를 주지 않습니다. 공적기관인만큼 정해진 급여만 있고 그 역시 크게 많은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직원들은 AP7에서 일하는 것에 사명감을 갖고 일합니다. 직급에 관계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수용하는 조직문화가 모든 사람을 만족스럽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담=영주닐슨 성균관대 SKK GSB 교수/아이랩 대표
정리/스톡홀름=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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