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은 이날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심리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투자자들을 속일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며 “그럼에도 여러 오해를 받은 것은 저의 부족함과 불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온전히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누군가는 근본적인 위기라고 하면서 이번에는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걱정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금 저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치 않다”며 “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재판부를 향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부디 저의 소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 주시길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해 1심과 같은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훼손한 건 우리 경제의 정의와 자본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헌법적 가치”라며 “재판부도 치우침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의 실체를 살펴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전부 유죄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이 회장은 2015년 경영권 승계와 그룹 내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불법 개입한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올해 1월 이 회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불복한 검찰은 항소 후 1300여 쪽에 이르는 항소이유서를 내고, 2100여 개에 달하는 추가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하며 뒤집기에 집중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일부 분식회계를 인정한 행정소송 1심 판결을 반영해 공소장을 변경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항소심 선고 기일을 내년 2월 3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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