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국경제신문이 삼성화재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등 4개 손해보험사의 상반기 실손보험 청구 현황을 분석한 결과 가입자의 2.0%가 전체 보험금(3조8379억원)의 48.4%(1조8584억원)를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0.002%에 해당하는 300명은 올 상반기에만 각각 5000만원 이상의 보험금을 타갔다.
반면 실손보험 가입자의 65.1%는 올 상반기 보험금을 단 한 건도 청구하지 않았다. 소액인 50만원 이하 청구까지 포함하면 보험금을 아예 청구하지 않았거나 소액을 청구한 비중은 91.4%에 달했다.
이처럼 실손보험의 보험금 쏠림 현상이 심각한 배경에는 일부 소비자의 ‘비급여 의료 쇼핑’이 있다. 도수치료와 비급여 주사제 등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의 실손보험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등 5대 손보사의 9대 비급여 관련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2020년 2조62억원에서 지난해 2조9422억원으로 46.7% 늘었다. 업계에선 △물리치료 △비급여 주사제 △발달 지연 △재판매 가능 치료재료 △하이푸 시술 △하지정맥류 △비밸브 재건술 △전립선결찰술 △척추 관련 수술 등이 9대 비급여 항목으로 꼽힌다.
일부 소비자의 의료 쇼핑이 실손보험 적자를 키우고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가중한다는 지적이 많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누적 적자 규모는 1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실손보험료 누적 상승률은 60%에 달했다.
실손보험 누수 문제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4년간(2020~2023년) 연평균 보험금 증가율만큼 보험료를 인상한다고 가정하면 실손보험료는 4년 뒤 약 41.7%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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