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장학생'만 5000여명…최태원, 인재들 향해 "디자인하라"

입력 2024-11-27 09:57   수정 2024-11-27 09:58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는 말을 항상 되새기면서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론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인재가 되어 주길 바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6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한국고등교육재단 창립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우물을 처음으로 판 사람이 있었기에 오늘날 물을 마실 수 있다. 여러분도 우물을 새롭게 파는 것과 근원에 대해 생각하면서 받은 혜택을 환원하는 사람이 되어 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이 1974년 '십년수목 백년수인'의 신념으로 설립했다. 10년을 내다보면서 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고 인재를 키운다는 의미다.

최태원 회장은 1998년 제2대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선대회장의 유지를 이어가고 있다.

최 회장은 "최종현학술원은 글로벌 네트워크과 과학기술 분야에 매진하고 있다"며 "사회적가치연구원을 통해 학문적 내용을 현실에서 어떻게 평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한국 인재들을 세계 수준의 학자로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장학생들에게 의무조항이나 SK 입사와 같은 조건을 부여하지 않고 세계 유수의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도록 5년간 등록금·생활비를 전액 지원했다. 1997년 외환위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장학생들을 지원해 왔다.

이에 따라 박사 1000여명, 장학생 5000여명을 배출하는 성과를 냈다.

재단 1호 유학 장학생인 원로 정치학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대표적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현 태재대 총장), 김용학 전 연세대 총장, 한국인 최초 미국 하버드대 종신교수인 박홍근 하버드대 화학·물리학과 석좌교수, 미국 예일대 첫 아시아인 학장인 천명우 심리학과 교수 등도 재단 장학생 출신이다.

이날 기념식에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초대 이사장인 최종현 선대회장의 모습을 재현했다. 영상 속 최종현 선대회장은 "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에게 ‘마음에 씨앗을 심어라’라고 했는데 큰 나무로 성장하는 꿈을 가지라는 뜻도 있었지만 조급해 하지 말고 공부에만 전념하라는 뜻이었다"며 "우리는 자네가 심은 씨앗이 나무가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능성을 따져볼 시간에 남들보다 먼저 도전을 시작하고 가끔 흔들려도 절대 꺾이지 않는 굳건한 나무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재단은 이날 비전도 발표했다. 김유석 재단 대표는 "나무를 가꾸듯 사람을 키우고 인재의 숲으로 인류 공영에 기여한다"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시대를 이끄는 KFAS형 인재'를 양성한다고 밝혔다.

KFAS형 인재는 다학제적 지식을 바탕으로 초융합시대를 선도(Knowledge-driven)하고 확장적 사고로 미래 사회 문제를 정의(Forward-thinking)하면서 협력과 창의성을 통해 도전적으로 문제를 해결(Action-oriented), 자발적 기여로 포용적 공동체를 형성(Socially-conscious)하는 인재를 의미한다. KFAS는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영어 약자이기도 하다.

이날 기념식엔 최 회장을 비롯해 김재열 초대 사무총장, 박인국 전 사무총장, 최병일 전 사무총장 등 재단·SK 관계자, 장학생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재단 장학생 출신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은 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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