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WE 아태본부 대표 "한국, 공급망·풍속 좋아…풍력단지 늘려야"

입력 2024-11-27 14:20   수정 2024-11-27 14:24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전환하려면 태양광으론 역부족이다. 해상풍력으로 전환 속도를 높여야 한다."

지난 26일 인천 송도에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옌스 오르펠트 RWE리뉴어블 아시아태평양본부 대표(사진)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이렇게 평가했다. 산악 지형이 많고 인구밀도가 높아 너른 평야에 태양광 발전기를 대량으로 설치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를 대체하려면 해상풍력 단지를 확대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오르펠트 대표는 "한국에서 부는 바람 속도도 강해서 해상풍력을 확대하기엔 최적의 입지다"라고 강조했다.

1898년 독일에서 설립된 RWE는 125년간 발전단지를 개발하고 전력을 공급한 독일 최대 전력회사다. 50년 전부터 재생에너지 사업을 펼쳤다. 2000년부터 해상풍력 단지를 개발한 노하우로 풍력 시장에서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19개국에서 5기가와트(GW)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를 개발했다. 대형 원전(1GW) 5개에 달하는 규모다.

아시아에서도 적극적으로 해상풍력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르펠트 대표는 26일부터 사흘간 열린 '아시아태평양 풍력 에너지 서밋'에 참석했다. 한국에서 협력사를 찾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RWE는 앞서 2021년 한국 지사를 설립한 뒤 지난 3월 25일 우리나라 충남 태안군 인근 앞바다에서 서해 해상풍력사업의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했다. 태안에 이어 전남 신안, 인천 등 두 곳에서도 해상풍력 단지를 개발하러 나섰다. 발전 용량은 총 3GW다.

RWE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유는 입지 때문이다. 풍력 산업에 필요한 기자재와 부품을 한 곳에서 모두 구할 수 있어서다. 해상풍력의 발전량을 좌우하는 풍질도 높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오르펠트 대표는 "현재 5개 대륙에서 해상풍력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한국은 그중에서도 잠재력이 큰 국가다"라며 "훌륭한 공급망을 갖춘 데다가 한국으로 부는 편서풍 풍질도 높다"고 설명했다.

오르펠트 대표는 국내 해상풍력 관련 제도가 시장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탄소중립(넷제로)에 관한 의지는 충분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령이 없다는 지적이다.

오르펠트 대표는 "한국 국회에서 해상풍력 특별법이 통과될 경우 풍력발전 시장에 남아있는 규제 리스크가 줄어들어 투자가 더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며 "RWE도 현대엔지니어링 등 국내업체와 협력하고 있지만 특별법이 통과하면 협력이 더 확산할 것"이라고 했다.

세계 풍력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선 시장의 경쟁을 강화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풍력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제조회사들의 생산 능력에 한계가 있어 나타나는 '병목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오르펠트 대표는 "두산에너빌리티, 유니슨 등 국내기업들도 해외 기업과 합작을 하는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역량을 늘리는 게 중요해졌다"며 "다양한 기업이 협력을 통해 파이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 한 국가가 모든 부품을 독점 생산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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