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 섬 하나에 예술의 숨결 불어넣었다

입력 2024-11-27 18:09   수정 2024-11-27 18:10

226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전남 신안군. 1004개의 섬으로 이뤄져 ‘천사의 섬’으로 불리는 신안은 섬마다 1개의 뮤지엄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무모하리만큼 야심 찬 계획에 올라퍼 엘리아슨(사진)이 뛰어들어 첫 결실을 맺었다. ‘자연의 작가’로 불리는 덴마크 사람은 신안 도초도에 조그마한 지구를 하나 보일 듯 말 듯 숨겨뒀다.
○자연을 통역하는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은 1967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태어나 아이슬란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이슬란드인 부모님과 함께 오로라와 백야 등 북유럽이 선사하는 경이로운 자연현상을 접하며 자랐다. 그는 1980년대 후반 덴마크 왕립미술아카데미에 입학했고, 1995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올라퍼 엘리아슨 스튜디오’를 열었다.

그는 항상 자연을 주제로 삼았고 자연을 재현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했다. 2003년 10월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터바인홀에서 ‘날씨 프로젝트(The Weather Project)’를 선보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는 테이트모던 건물 안에 인공 태양을 띄웠고, 둥근 조형물 안에 200여 개의 전구를 설치했다. 그러고는 수증기와 안개 속 태양빛이 관객을 휘감도록 했다. 안개 낀 아침에 거대한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6개월간 이 전시에는 2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찾아왔다.
○신안에 꽃피운 ‘숨결의 지구’
엘리아슨이 신안 도초도에 들여놓은 작품은 ‘숨결의 지구’. 직경 8m의 반원 모양 구가 땅속에 4분의 3정도 묻혀 있다. 밖에서 보면 대지 위에 연꽃이 피어난 듯한 형상이다. 관객은 땅굴을 통해 직접 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동굴 같은 입구를 지나면 빨간색과 녹색으로 이뤄진 여러 모양의 타일들이 관객을 휘감는다. 타일들은 자칫 유사해 보이지만 같은 모양은 단 하나도 없다. 엘리아슨이 ‘다면체 패턴’을 활용하기 위해 고심했기 때문이다. 그는 “작품 안에서 인간이 2차원과 3차원 세계를 넘나들며 공간에 대한 자극을 느낄 수 있게 했다”고 했다.

돔 안으로는 뻥 뚫린 천장을 통해 빛이 들어온다. 천장은 바닥과 비슷한 기하학적 모양의 철근으로 덮여 있다. 엘리아슨은 작품 안으로 들어가면 소리의 울림과 빛의 변화를 느끼며 관객들이 명상과 자기 성찰에 빠질 수 있도록 유도했다.

엘리아슨은 이번 작업으로 ‘대지를 위한 박물관’을 세우고자 했다. 그는 3년 동안 작업하며 스스로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했다. 엘리아슨은 “내가 어쩌다보니 무감각해져서 써서는 안 될 자연을 재료로 자꾸 써오고 있었다”며 “이번 작업을 하며 조금 더 초심으로 돌아가 지구를 생각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관객이 이 작품 속에서 자연환경에 민감해진다면 ‘숨결의 지구 프로젝트’는 성공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경험이란 소비하는 게 아니라 생산하고 창작하는 거예요.

관객이 이곳에서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경각심을 갖고 세상에 나아가 그 마음을 실천하고 타인에게 전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제가 선사하는 진정한 경험입니다.”

최지희 기자

올라퍼 엘리아슨의 ‘숨결의 지구’에 대한 보다 상세한 기사는 30일 발간하는 ‘아르떼’ 매거진 7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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