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의 재료는 단출하다. 샤리(밥), 와사비 그리고 그 위에 얹는 네타(생선 등 샤리 위에 올라가는 재료)가 전부. 재료가 단순한 만큼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초밥의 완성도가 달라진다. 카네사카 신지 셰프는 단순한 재료로 그렇지 않은 맛을 만들어내는 걸로 유명하다. 일본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유명한 초밥 장인의 스시야(초밥집)가 지난 21일 한국에 상륙했다.
그는 “‘일본의 전통적이고 클래식한 초밥은 이렇다’라는 걸 한국에 소개할 것”이라며 “미식이 강점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힘을 합해 한국에서 ‘넘버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1호점이 문을 열기도 전에 국내 미식가들의 예약 문의가 쇄도했다. 오픈 후 사흘간 카네사카 셰프가 직접 초밥을 만드는 미식 행사를 열었는데, 예약을 개시한 지 1시간도 안 돼 모든 좌석이 매진됐다. 카네사카 셰프의 초밥 경력은 35년에 달하지만 여전히 겸손한 자세로 하루를 대한다.
“초밥에 완성이란 없어요. 작년보다는 올해,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초밥을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 뿐이죠.”
바닷가 마을인 지바현에서 나고 자란 카네사카 셰프는 원래 야구선수를 꿈꿨다. 고등학생 때까지 야구선수로 활동하던 중 갑작스럽게 장래 고민에 빠졌다. 야구선수라는 꿈보다는 ‘세계 넘버원’이 되겠다는 열망이 더 크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고. 그는 “초밥은 일본이 세계 최고인데, 그러면 일본 최고의 스시 셰프가 되면 세계 넘버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야구선수 생활을 정리한 그는 18세가 되던 해 신주쿠 조리사 전문학교에 입학했다. 입학 1년 만에 학교를 졸업했고, 당시 도쿄 최고의 초밥집 중 하나로 꼽히던 ‘긴자 규베이’에 들어갔다.
일본에서는 약 15~20년 경력을 쌓은 후 자신만의 초밥집을 차려 독립하는 게 일반적. 하지만 카네사카 셰프는 초밥 입문 10년 만에 긴자에 자신의 이름을 건 초밥집을 열었다. 그의 나이 스물여덟이었다.
“‘10년 안에 승부를 보겠다’고 각오하고 초밥 일을 시작했어요. 목표가 있었기에 남들이 3년에 할 걸 1년 만에 습득해야만 했죠. 정말 필사적인 시간이었습니다.”
누구보다 일찍 새벽 시장에 나갔고, 필요 없는 재료까지 구매해가며 상인들과 신뢰를 쌓았다. 성실함은 모든 것을 극복하게 했다. 미쉐린 스타 등 셰프로서 이룰 수 있는 많은 것을 성취한 53세 셰프의 다음 목표는 의외로 소탈했다.
“고향에 가면 이제 80세가 다 된 대선배들의 초밥집을 가끔 찾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참 멋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적어도 60세가 될 때까지는 지금처럼 내 초밥을 먹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요.”
■ 카네사카 셰프의 '일악입혼 초밥' 만드는 법
양지윤 기자/사진=김범준 기자 ya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