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전격 금리 인하…경기 침체 총력 대응 바람직하다 [사설]

입력 2024-11-28 17:27   수정 2024-11-29 06:29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연 3.0%로 전격 인하했다. 지난달 3년2개월 만에 금리를 내린 뒤 집값과 환율 불안 등을 감안해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란 시장 예상을 깨고 2회 연속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기준금리를 추가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조만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놨다.

한은이 예상 밖으로 금리를 인하한 것은 이 총재 말처럼 경기와 성장 전망이 이전보다 한층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한은은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2.4%에서 2.2%로 내리는 동시에 미국 대선 이후 불확실성을 반영해 내년 성장률 전망을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하고 2026년 성장률도 1.8%로 예상했다.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저성장이 고착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낮추긴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취임한 뒤 보편관세를 실행에 옮기고 보호주의를 노골적으로 강화한다면 실제 성장 경로는 한은 예상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 골드만삭스, JP모간, 모건스탠리, 노무라증권 등 외국계 투자은행은 내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한은보다 더 비관적인 1.7~1.8%로 보고 있다. 정부와 한은은 최근까지도 경기 상황에 대해 헛다리를 짚었다. 정부는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장밋빛 전망을 내놨고, 한은은 올 3분기 성장률을 0.5%(전 분기 대비)로 예상했다가 실제 성장률이 0.1%에 그쳐 체면을 구겼다. 이젠 섣부른 낙관론을 접고 재정·통화정책의 중심을 경기 대응으로 옮겨야 할 때다.

물론 이런 정책만으로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걸 막을 순 없다. 이 총재가 지난 5월 “구조개혁 없이 재정·통화정책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나라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한 건 여전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구조개혁만 외치다 한은이 당면한 경기 침체를 외면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건전재정은 중요하지만 도그마는 아니다. 무분별한 현금 살포나 선심성 예산은 막아야겠지만 꼭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는 재정을 써야 한다. 그러려고 평소에 재정을 아끼는 것이다. 내년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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