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아나톨리아의 심장부에 위치한 도시가 수도 앙카라다. ‘튀르키예’ 하면 대부분은 이스탄불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앙카라야말로 튀르키예인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정치·행정·교육의 중심지다. 한때 이스탄불에 밀려 지방 소도시로 전락했다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십자로터키의 아버지라 불리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초대 대통령이 수도로 공표한 이래 지금까지 중심지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도시의 모습을 제대로 보려면 높이 올라야 하는 법. 앙카라 어디서든 눈에 띄는 앙카라 성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외벽 및 내벽의 이중 구조로 이뤄진 성벽이 퍽 독특한데, 로마 양식을 모델로 했다. 성 내부에는 20개의 탑이, 외부에는 42개의 탑이 있다. 정확한 건축 연대는 알 수 없으나 페르시아 제국이 앙카라를 점령한 후인 622년 이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앙카라 성은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꼭대기에 위치해 모든 방향에서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성 주변에는 선명한 오렌지빛의 오래된 주택지와 신축 건물, 이슬람 사원이 공존해 특유의 매력을 자아낸다.
추천 방문 시간대는 일몰 무렵. 이곳에서 바라보는 해넘이는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덕분에 커플 사이에서 필수 데이트 코스로 꼽힌다. 이날은 전망대에 장미꽃잎을 손수 뿌리며 프러포즈를 준비하는 튀르키예 청년의 모습을 목격했다.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인 일몰처럼, 그들이 사랑을 약속하는 순간도 낭만적이었길.
인근에는 앙카라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아나톨리아 문명 박물관이 자리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오스만 시대에 지어진 역사적인 건축물이 지금의 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내부에는 구석기, 히타이트, 프리기안, 로마, 비잔틴, 셀주크, 오스만 시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중앙 아나톨리아 지역의 역사를 아우르는 유물이 연대별로 전시돼 있다.
박소윤 한경매거진 기자 park.so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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