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깊은 논의 끝에 추가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했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당초 민주당은 내년 1월부터 암호화폐에 대한 소득세 부과를 주장하며 세액공제액만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민주당이 한발 물러서면서 암호화폐 과세는 2027년부터 이뤄지게 됐다.
입장이 바뀐 이유에 박 원내대표는 “따로 시간 내서 말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오랜 숙의와 토론(을 거쳤고), 정무적 판단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이 같은 민주당의 입장 선회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틀 전만 해도 박 원내대표와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의 과세 유예 반대가 확고했다”고 했다. 과세 유예 가능성을 언급한 당직자에게 박 원내대표 등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안 된다”며 화를 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난달 29일까지도 암호화폐 과세 유예 여부가 여야 간 쟁점으로 남아 있었던 이유다.
이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본다. 지난달 21일께 이 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 암호화폐 과세와 관련해 “현실적으로 과세가 가능한지” 등을 질문하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 직후 진 의장이 “암호화폐 과세는 총선 공약이며 당의 기본 입장”이라며 서둘러 진화했지만, 당 지도부 내에서는 암호화폐 과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졌다.
민주당 한 원내 관계자는 “암호화폐 과세를 놓고도 일부 언론에서 ‘재명세(稅)’라고 이름 붙이는 등 금융투자소득세 논쟁 때와 같은 부담이 이 대표에게 지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암호화폐 과세와 관련된 소득세 개정안이 예산부수법안으로 2일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 박 원내대표가 이 대표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당 차원의 입장을 서둘러 정리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다만 금투세에 이어 암호화폐 과세까지 민주당이 기존 입장을 바꾸면서 기존 지지층을 중심으로는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금투세 유예 결정을 내렸을 때도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반대 집회를 열었다. 자신이 무게를 실은 주요 정책 현안을 연이어 뜻대로 관철하지 못한 진 의장 역시 거취를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