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중국산보다 훨씬 저렴한 중동산 저가 에틸렌이 쏟아진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짓고 있는 7개 정유·석유화학 통합 공장(COTC)이 순차적으로 가동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에틸렌을 비롯한 한국산 기초유분은 이제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자조 섞인 한숨이 석유화학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아람코의 자신감은 COTC 공법에서 나온다. 아람코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 한국 등에서 짓고 있는 7개 석유화학 공장에 모두 COTC 설비를 들여놓기로 했다. 여기에서 생산하는 에틸렌만 연 1150만t에 달한다. 국내 1위 LG화학(연 330만t)과 같은 회사가 3~4개 더 생기는 셈이다. 다만 투자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자국 내 얀부와 라스알카이르 공사는 중단한 상태다.
COTC의 유일한 단점은 투자비가 많이 드는 것인데, 자금력이 풍부한 아람코엔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람코는 작년에만 169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COTC는 비싼 만큼 제 몫을 한다. 일반 석유화학회사는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유와 함께 화학제품 원료인 나프타를 만든다. 또 나프타를 다시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같은 기초유분을 생산한다. COTC는 중간 과정 없이 원유에서 바로 기초유분을 뽑아낸다. 생산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원유에서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비율도 점점 끌어올리고 있다. 옛 공법을 쓰는 국내 석유화학업체는 원유 10t에서 기초유분을 잘해야 1t 정도 만드는데, 아람코는 4~5t을 뽑을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원재료인 원유를 직접 조달하니 원가 경쟁력은 비교불가다. 원유 운송비도 안 든다. 전문가들은 아람코의 에틸렌 생산 손익분기점이 t당 100달러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t당 300달러 안팎인 한국의 절반 이하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6개 COTC 설비를 가동 중이다. 이들 설비에서 생산하는 에틸렌은 연 1030만t이다. 여기에 아람코와 합작하는 공장까지 합치면 10여 개 COTC 공장이 수년 안에 가동될 전망이다.
한국 기업들의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원가 경쟁력으로 보나 자본력으로 보나 아람코와 중국에 모두 밀리기 때문이다. “아람코의 자회사인 에쓰오일을 뺀 나머지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살 길은 하루빨리 기초유분 사업을 접고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에 올인하는 것뿐”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선 중동에서 생산한 기초유분이 시장에 풀리는 2~3년 안에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업체가 두손 들 때까지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는 ‘치킨게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업계 관계자는 “아람코는 COTC 시설을 통해 안정적인 원유 수요처만 확보하면 수익이 안 나도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며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보다 발빠르게 구조조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오현우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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