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넘게 파업을 벌인 현대트랜시스 노동조합 지도부가 조합원의 잔업과 특근을 방해하는 등 월권행위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 지도부는 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자택이 있는 서울 한남동 주택가에서 잇달아 시위를 벌여 주민 불편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트랜시스 노조원 가운데 상당수는 지도부 방침에 따라 잔업과 특근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지도부가 단속반을 편성해 조합원의 잔업 및 특근 여부를 감시한 데 따른 것이다. 잔업과 특근을 못 하면 통상 월 급여의 20~30%에 해당하는 돈을 받지 못한다. 회사 관계자는 “대다수 노조원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지난 10월 8일부터 11월 9일까지 이어진 파업으로 1인당 500만원이 넘는 임금 손실을 봤다”며 “생산 차질로 잔업과 특근이 늘었는데 이 기회마저 노조 지도부가 앗아가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과 지난해 매출의 2%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달라며 파업을 벌였다. 노조가 요구한 성과급 규모가 지난해 영업이익(1169억원)의 두 배에 달한 탓에 사측은 거부했다. 노조는 교착 상태가 길어지자 파업을 끝내고 지난달 11일부터 정상 출근하고 있다. 복귀 후에도 노사 간 교섭이 이뤄지고 있지만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측 역시 기본급 9만6000원 인상과 경영성과급 400% 및 현금 1200만원 지급 등 기존 제안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러자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정 회장 자택이 있는 한남동 시위 빈도를 주 2회에서 3회로 늘렸다. 지난 2일 열세 번째 시위를 벌였다. 한남동 주민이 지나다니는 길에 자극적인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걸었다.
노조 지도부의 강경 일변도 방침에 일부 노조원의 이탈 조짐도 감지된다. 한 노조원은 “주말에도 단속반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며 “성과급은 포기했으니 잔업·특근이라도 하게 해달라”고 했다. 다른 노조원은 “회장 집 앞에서 시위할 시간에 협상 전략을 고민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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