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벨리온·에이블리 '1조 클럽' 합류…올해 유니콘 '제로'는 피했다

입력 2024-12-02 17:38   수정 2024-12-0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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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온라인 상거래 서비스 에이블리를 운영하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이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 반열에 올랐다. 이 두 회사는 올해 처음으로 등장한 유니콘 기업이다. 업계에서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역동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일곱 곳 안팎의 기업이 새롭게 등장한 예년과 달리 신규 유니콘 기업이 희귀해져서다.
국내 첫 AI 유니콘 탄생
리벨리온이 SK텔레콤의 AI 반도체 계열사 사피온코리아와의 합병 절차를 완료하고 공식 출범했다고 2일 밝혔다. 합병한 리벨리온의 기업 가치는 약 1조3000억원이다. 국내 첫 AI 유니콘 기업의 탄생이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한국을 대표하는 두 AI 반도체(NPU) 기업 간 합병은 대한민국 AI 반도체 산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승부처”라며 “국가적인 사명감으로 합병 법인을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이날 중국 알리바바그룹으로부터 1000억원을 투자받아 유니콘 기업이 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 과정에서 3조원대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알리바바는 5% 정도의 에이블리코퍼레이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는 “독보적인 기술력, 빅데이터 등 지금까지 쌓아온 성공 방정식을 기반으로 국내 대표 추천 기반 스타일 커머스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 달에 두 유니콘 기업이 등장하면서 ‘올해 유니콘 0개’라는 오명은 피하게 됐다. 국내 신규 유니콘 기업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7개로 정점을 찍은 뒤 작년 3개, 올해 2개로 계속 줄고 있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글로벌 스타트업 데이터 분석 플랫폼 딜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올해 글로벌 신규 유니콘 기업은 130개다. 한국보다 국내총생산(GDP)이 작은 호주에선 올해 한국보다 많은 3개의 유니콘 기업이 나왔다. 홍콩은 한국과 같은 2개를 기록했다. 유니콘 기업 수가 GDP 대비 적은 걸로 유명한 일본에서도 올해 2개의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다.
‘우물 안 개구리’ 韓 스타트업
한국 스타트업 중 상당수는 확장성에 한계가 있는 내수 기업이다. 기존 유니콘 기업의 면면만 봐도 그렇다. 온라인상거래,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분야 기업이 70~80%에 이른다. 이택경 매쉬업벤처스 대표는 “내수 시장에서 경쟁하는 스타트업이 포화 상태라 투자를 망설이는 벤처캐피털(VC)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내수 유니콘 기업의 기업 가치도 일제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위메프, 컬리, 티몬, 빗썸, 오아시스 등의 기업 가치는 5000억원 이하 수준이다. 지난 4월에는 한국 2호 유니콘 기업 옐로모바일이 폐업 절차를 마무리했다.

글로벌 시장의 대세인 AI와 기업 간 거래(B2B) 관련 유망 기술 기업이 많지 않다는 것도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올해 글로벌 신규 유니콘 기업의 절반 이상이 AI 또는 B2B 기업이다.

일본 사카나에이아이는 창업 2년 차에 AI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해 화제가 됐다. 구글 출신 등이 공동 창업한 생성형 AI 스타트업이다. 싱가포르 실리콘박스는 반도체 패키징 전문 기업이다. 올 1월 세계 최초로 칩렛(여러 개 반도체를 연결하는 기술) 전용 대규모 양산 시설을 가동했다. 호주의 신규 유니콘 기업 데퓨티는 직원 관리 소프트웨어로 글로벌 B2B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유니콘 기업 탄생에는 글로벌 자금의 대규모 투자도 필수다. 최근 외국 자본의 벤처 펀드 출자 비중을 보면 인도 87%, 싱가포르 84%, 영국 74% 등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 1%에 불과하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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