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술을 갈망하는 절실한 환경>
기술 발달의 측면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숨 가쁜 변화와 혁신이 있었다. 한국전쟁 이후 철강을 만들어야 경제의 근간을 튼튼하게 할 수 있다는 간절함이 오늘의 세계적인 포스코를 탄생시켰다. 철광석을 갖고 가전제품을 만드는 얇은 냉연 강판을 만들어내는 모든 과정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제철회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여전히 드물다.
우리도 완성차를 만들어 보겠다는 열정은 현대자동차를 벤츠, 아우디, 도요타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았다. 전기차 같은 미래형 자동차에 있어서는 세계 선두 기업이 될 가능성마저 있다. 일본을 따라잡고 반도체 강국이 되겠다는 강한 혁신의 리더십은 삼성전자를 4차산업의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산유국 못지않은 기름 수출국이 되겠다는 야심 찬 목표는 세계 최강의 정유 기술을 보유한 정유 수출국이 되는 것으로 입증됐다.
새로운 기술은 자연스럽지 않다. 과거를 버리고 상당한 기술적 단계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사고와 도전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평화로운 시기에는 이러한 도전적인 과제의 해법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전쟁에서 쓰이는 각종 기술들을 아주 빠른 속도로 개발해 내기에 이른다. 무기를 제외하더라도 현재 이용하고 있는 인터넷이나 이메일 등이 모두 그 당시에 개발된 기술이라고 한다.
핀란드는 세계적인 핸드폰 제조업체인 노키아가 쓰러진 후 국가적인 경제위기를 맞이했다. 하나의 큰 기업이 무너질 때 나타나는 리스크를 경험한 것이다. 쓰라린 경험을 거름 삼아 중소기업 강국으로 다시 일어나는 국가적인 변신을 성공적으로 완성해냈다.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국가적 비상사태를 맞아 무기와 관련해선 미국이 2차대전 승리를 위해 수행했던 연구를 연상시키는 연구를 빛의 속도로 진행하고 있을 것이다. 서방의 협조가 있다고는 하지만 당장 미사일이 수도 한복판에 떨어지는 상황을 절대로 간과할 리 없다. 우크라이나의 과학자들은 전투력의 비대칭을 만들어 전쟁을 유리하게 만들어내려는 노력에 목숨을 걸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전쟁 결과는 두고 봐야 하지만, 짧은 시간 내에 우크라이나는 새로운 무기체계를 계속 만들어낼 절실함이 있다. 외부로부터의 강압된 절실함이지만 전쟁만큼 강한 동기를 제공하는 것은 없다.
이스라엘은 어지러운 중동 정세 속에서 한시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국가이며 현재도 팔레스타인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아랍 국가들로 둘러싸인 지리적인 특징은 여러 가지로 도전적 절실함을 수반한다. 코나 카이난과 아담 로이터가 공저한 <이스라엘 성공의 길을 묻다(2024)>에서 눈에 띄는 이스라엘의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현존하는 최고의 방공망으로 인정받고 있는 아이언 돔은 동쪽에 이란, 이라크,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첩첩으로 자리 잡은 적대적 국가들로부터 영공 공격을 막아야 하는 필요에 의해 개발됐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형 아이언돔'이라는 명칭으로 무기체계를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무기체계의 성공적인 운용과 적 공격의 탐지 능력은 인공위성의 통신과 광학 능력에 크게 좌우되기 마련이다. 이스라엘은 지리적 어려움으로 동쪽으로의 위성발사가 불가한 상황이었다. 결국 불편한 서쪽으로 위성을 발사하기 위해서 기존 위성의 10분의 1 정도의 소형 인공위성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스라엘은 원격 감지, 통신 위성, 영상 해독에 특화한 마이크로 위성(10~100㎏)과 나노 위성(1~10㎏)을 개발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다. 이로써 위성 발사를 위한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획기적인 전기를 맞이하게 됐다. 전 세계의 테크기업들이 너도나도 이스라엘에 첨단 연구소를 만드는 것은 이스라엘의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스라엘이 어려운 환경에서 스스로 생존하고 경쟁력을 갖추는 여정은 모든 나라가 파헤쳐봐야 할 좋은 사례이다. 김동철 한성대 교수(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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