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현행 술병 경고 문구를 보다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3일 국회에 따르면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류 판매용 용기(술병)에 표기하고 있는 음주에 대한 경고 문구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서면 질의한 데 대해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공감을 표했다.
복지부는 "한 잔의 술도 건강에 해로운바, 현행 '과음' 경고문구를 '음주' 경고문구로 개정하는 방안을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향후 여성가족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세청 등 관계부처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음주 폐해 예방정책 전문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하고, 관련 고시를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담뱃갑에는 흡연의 폐해를 알리는 경고문구와 그림이 담기지만, 주류 용기에는 '과음' 경고문구만 들어간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은 주류 판매용 용기에 과다한 음주는 건강에 해롭다는 내용과 임신 중 음주는 태아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내용의 경고문구만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예컨대 소주 술병에는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라는 과음 경고문이 적혀 있다.
우리나라는 음주운전 사고 등 음주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아 그 폐해가 심각하나 과음을 경계하고 적당히 마실 것만 권할 뿐 음주 자체의 위험에 대해서는 경고하지 않는다.
술(알코올)은 담배와 함께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암과 고혈압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1급 발암물질이란 석면이나 방사성 물질처럼 인체에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의미다.
술이 암을 초래하는 것은 주성분인 알코올이 만드는 발암물질이 점막이나 인체 조직에 쉽게 침투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 간이 알코올 분해를 위해 만드는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암을 일으키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술과 암 발병률의 여러 상관관계는 이미 많은 실험으로 입증됐는데, 안면 홍조와 상관없이 하루에 50g(주종별로 5잔가량) 정도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사람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 견줘 암 발생 위험이 2∼3배까지 증가한다.
담뱃갑에는 흡연 경고 그림으로 암 사진을 붙이는 등 금연 정책은 강화하고 있음에도 정작 술에 대한 정부 정책은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게 사실이다.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제9기 1차 연도(2022년) 결과'에 따르면 고위험 음주율은 남성 21.3%, 여성 7.0%로 남성은 전년보다 1.6%포인트(p) 높아졌고 여성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고위험 음주율은 1회 평균 남성은 7잔(또는 맥주 5캔), 여성 5잔(또는 맥주 3캔) 이상을 최소 주 2회 마시는 비율이다.
최근 1년간 월 1회 이상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성은 7잔(또는 맥주 5캔), 여성은 5잔(또는 맥주 3캔) 이상 음주한 비율을 뜻하는 월간 폭음률은 남성 48.8%, 여성 25.9%로 전년보다 모두 1.8%포인트 증가했다.
음주로 인해 우리 사회가 치르는 비용도 막대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의 '건강위험 요인의 사회경제적 비용 연구, 2015∼2019년을 대상으로' 정책보고서를 보면 2019년 기준으로 음주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15조806억원이다. 2015년의 13조4212억원보다 12.4% 늘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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