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계와 연예계를 뒤흔들고 있는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책임'이다.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 어떤 일에 관련되어 그 결과에 대하여 지는 의무나 부담. 또는 그 결과로 받는 제재(制裁)를 뜻하는 책임. 이 키워드가 16~20세로 구성된 걸그룹 뉴진스와 동덕여대 학내 갈등으로 다시금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남녀 공학 전환을 둘러싼 동덕여대 학내 갈등이 결국, 법정 다툼으로 비화했다.
대학 측이 학생들을 공동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기 때문이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달 29일 동덕여대 총장 명의 고소장을 접수해 이후 절차를 준비 중"이라며 "학교 측 고소 죄명은 공동재물손괴, 공동근조물침입, 공동퇴거불응, 업무방해 등"이라고 밝혔다.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 명의로 접수된 고소장에는 총학생회 학생 등 21명을 수사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21명 가운데, 인적 사항이 특정된 학생은 19명이며 2명은 성명불상이다.
앞서 동덕여대 일부 학생들은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 도입 논의에 반발해 건물에 래커칠하고 본관을 점거하는 등 시위에 나섰다. 학교 측은 서울북부지법에 학생들이 본관에서 퇴거할 수 있도록 조치하게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내고 경찰에도 고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총학생회는 대학 측이 사과와 함께 공학 전환 문제를 차기 총학과 논의하고, 수업 거부에 대한 출결 정상화를 약속하면 본관 점거를 철회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학 측은 이 제안을 일축했다.
시설물 훼손 책임을 엄격히 묻겠다는 경고도 내놨다.
가장 뜨거운 쟁점은 학교 측의 시위 피해를 누가 책임지느냐다.
한편, 온라인에선 래커칠 등 복구 비용이 대학 측이 추정한 54억원을 훌쩍 넘긴 100억대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총학생회 측은 선을 긋는 모양새다. 학생회 측은 "(과격 시위는) 학생회 주도하에 진행된 게 아니라 불특정 다수 학우가 분노로 자발적으로 행동한 것"이라며 배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여러분이 학생의 대표 아니냐"며 반박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총학생회와 대학 처장단의 면담 내용에 따르면, 취업설명회 부스 등의 파손으로 설명회 주관 업체가 청구한 피해액이 3억 3000여만 원에 달한다. 현재 양측 모두 "낼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법정 공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어도어 소속 뉴진스 멤버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은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전속계약 해지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어도어가 계약 사항을 위반했다"며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이에 따른 위약금을 낼 이유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진스는 앞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복귀를 비롯해 전속계약의 중대한 위반 사항을 시정하라는 요구가 담긴 내용증명을 보내 이날까지 답변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내용증명에는 ▲민 전 대표의 복귀 ▲뉴진스 멤버 하니에게 '무시해'라고 발언한 매니저의 공식 사과 ▲멤버들의 동의 없이 사용된 사진·영상 자료 삭제 ▲음반 밀어내기로 발생한 피해 해결책 마련 ▲뮤직비디오 작업에 참여했던 신우석 돌고래유괴단 감독과의 분쟁 해결 ▲뉴진스만의 고유한 색깔과 작업물 보장 등의 시정 사항이 담겼다.
뉴진스 멤버들은 어도어 측이 연예 활동을 침해, 방해당할 때 이를 배제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한매연)은 3일 입장을 내고 "어도어와 뉴진스 간 분쟁이 격화되면서 우리 대중문화예술산업에 여러 가지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매연은 "모든 절차를 무시한 현재 뉴진스 측 입장은 처음부터 계약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상호 간 노력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거나 그러할 의사가 없었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면서 "우리 법률은 기본적으로 이뤄진 계약에 대한 보호를 원칙으로 하며 계약의 해지 단계에 이르렀을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 분쟁을 다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1990~2010년대 극 초반에 출생한 세대를 이야기하는 Z세대와 2010~2020년대 출생한 세대인 알파 세대를 합친 세대를 일컫는 잘파(Z+alpha)세대가 처음으로 겪게 될 책임 공방에 어떤 대응을 할지도 주목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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