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나체 샤워 장면, 영상통화로 저장해도 무죄"…왜?

입력 2024-12-03 12:00   수정 2024-12-0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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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나체로 샤워하는 모습이 나오는 휴대전화 영상통화 장면을 녹화·저장한 행위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성폭력처벌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휴대전화에 수신된 신체 이미지는 성폭력처벌법이 규정한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주거침입미수,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상고심 재판부는 "원심판결에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 중 피해자 신체 촬영으로 인한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반포등) 부분은 파기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키르기스스탄 국적, 피해자 B씨(여성)는 러시아 국적 외국인으로 두 사람은 2020년 8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교제한 사이다. A씨는 지난해 6월 경기 화성시에 있는 피해자의 주거지 현관 문을 손으로 여러 차례 두드리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행위를 반복하는 등 주거지 안으로 침입하려 했으나 현관문이 열리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 그는 피해자가 주거지 밖으로 나오지 않자 큰 소리로 욕설을 하기도 했다.

A씨는 또 작년 5월 피해자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피해자가 나체로 샤워하는 모습을 녹화했다. 그는 피해자 이름으로 SNS 계정을 만든 후 이 영상물과 캡처 사진을 게시하기도 했다.

검찰은 A씨를 주거침입미수, 협박, 특수재물손괴, 성폭력처벌법 위반,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1·2심은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반포등) 죄를 무죄로 봤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1항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 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는 "위 조항이 촬영의 대상을 '사람의 신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하는 행위만이 위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행위'에 해당하고,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촬영한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상고심 재판부는 이 같은 법리에 비춰 "휴대전화 녹화기능을 이용해 녹화·저장한 행위는 피해자의 신체 그 자체가 아니라 피고인의 휴대전화에 수신된 신체 이미지 영상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위 조항이 정하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 파기 부분과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됐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돼야 한다"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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