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시리즈는 총 6종류로 구성됐다. 먼저 ‘마이크로’는 텍스트만 처리할 수 있는 경량형 모델이다. 라이트·프로·프리미어 모델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멀티모달 모델이다. 이날 아마존은 각 모델의 구체적인 매개변수 규모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챗GPT나 구글의 제미나이 등과 비교해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시 CEO는 “노바 라이트는 오픈AI의 GPT-4o 미니와 비교해선 19개 벤치마크 중 17개에서, 구글의 제미나이와 비교해선 21개 벤치마크 중 17개에서 동등하거나 우위에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며 “노바 프로는 20개 언어 이해·추론 능력 측면에서 GPT-4o와 동등하거나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눈에 띄는 모델은 아마존이 처음으로 내놓은 영상 생성 AI 모델 ‘노바 릴’이다. 노바 릴은 자연어 명령어를 입력하면 6초~2분 길이의 영상을 만들어준다. 마케팅과 광고 목적의 영상을 생성하는 데 탁월하다는 게 아마존의 설명이다. 여기에 워터마크와 콘텐츠 모더레이션 등 AI의 윤리를 강조한 이미지 생성 모델 ‘노바 캔버스’도 공개했다. 재시 CEO는 “노바 캔버스는 오픈AI의 달리3이나 스테이블 디퓨전의 3.5 라지 모델에 비해 훨씬 고품질의 이미지를 생성해준다”고 자신했다.
이날 “클라우드 컴퓨팅의 원조 대부(godfather)”라는 맷 가먼 AWS 현 CEO의 소개와 함께 입장한 그는 노바가 경쟁업체 모델과 비교해 비용은 저렴한 반면 속도는 빠르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실제 2016~2021년 AWS의 CEO를 역임하기도 했던 그는 “타사 주요 모델들과 비교해 노바는 약 75% 더 저렴하다”며 “지연 시간 측면에서 가장 빠른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바의 이같은 장점은 이용자들이 비용 절감 효과와 고속 처리 능력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마존은 내년에는 노바 시리즈를 AI 비서 형태로 한층 더 발전시킨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우선 내년 1분기 중 대화형 AI 비서 모델인 ‘노바 스피치 투 스피치’를 공개하고, 내년 중반에는 텍스트·이미지·영상·음성 등 어떤 형태의 질문을 해도 모두 받을 수 있는 ‘노바 애니 투 애니’ 모델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리인벤트 행사에서 공개된 직전 모델 트레이니엄 2도 이날 공식 출시됐다. AWS는 전날 개막식인 ‘먼데이 나이트 라이브’ 행사에서 ‘오픈AI의 대항마’로 불리는 앤스로픽과 트레이니엄 2 수십만장을 탑재한 초대형 클라우드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프로젝트 레이니어’를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톰 브라운 앤스로픽 공동창립자 겸 최고컴퓨팅책임자(CCO)는 “트레이니엄 2에서는 클로드 3.5 하이쿠 모델을 더욱 빠르게 실행할 수 있게 됐다”며 자사의 차세대 클로드 모델이 레이니어 프로젝트에서 훈련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2018년 영국 반도체 설계 업체 ARM의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중앙처리장치(CPU) ‘그래비톤’을 출시하며 자체 하드웨어를 개발해왔다. 엔비디아가 글로벌 AI 칩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사뿐 아니라 고객사들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선 엔비디아 칩의 대안을 제공하겠다는 게 트레이니엄을 내놓은 목적이다. 가먼 CEO는 “오늘날 GPU 시장에서의 선택권은 엔비디아 오직 하나뿐”이라며 “우리는 고객들이 다양한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크업계에서는 아마존이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장악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AI 시장의 핵심 업체로 부상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AWS는 이날 애플이 트레이니엄 2를 사용해 애플의 자체 AI ‘애플 인텔리전스’를 훈련했다는 점을 처음 공개하며 자체 AI 칩 생태계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기조연설 무대에 깜짝 등장한 브누아 뒤팽 애플 머신러닝 및 AI 담당 수석디렉터는 “애플은 우리 제품의 거의 모든 생애주기에서 AWS 서비스와 협력하고 있다”며 “AWS의 전문적인 서비스는 규모의 성장을 지원하고 사용자들에게 놀라울 정도로 낮은 비용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