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외신들은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대체로 비판적인 시선을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부터 군의 국회 진입,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 해제까지 긴박했던 상황을 자세히 전달했다.
미국 현지시간 3일 오전에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나오자마자 웹사이트 헤드라인에 일제히 해당 뉴스를 게재하는 등 비중 있게 다뤘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한미동맹의 시험대라고 분석했다. NYT는 “윤 대통령이 야당이 북한과 공모해 자신을 무너뜨리려 한다는 근거 없는 비난과 함께 계엄령을 선포함으로써, 한미 동맹은 수십 년 만에 최대의 시험대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NYT는 또 "미국은 이 발표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으며,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CNN은 국회 앞 시민들의 시위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CNN은 "윤 대통령의 정치적 미래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가 주요 쟁점"이라며 "이 시위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며, 대통령의 사임 요구도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보수 대표 언론인 폭스뉴스는 “한국의 비상계엄은 권위주의로의 회귀"라며 "주한미군의 병력 배치엔 변화가 없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4일(현지시간) 밤사이 있었던 한국의 상황을 오전 뉴스 첫머리로 소식을 다뤘다. NHK는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만난 일본인들이 한국행에 앞서 불안감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한국 여행을 계획했던 일본인 가족은 NHK에 "직전까지 고민했지만, 뉴스 등을 보고 불안해져서 결국 여행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주요 일간지도 이날 조간 1면에 한국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기사를 크게 싣고 홈페이지 상단에 관련 기사를 비중 있게 배치했다.
교도통신은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저조한 가운데 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해 어려운 국정 운영을 강요받았다"며 "사태 타개를 노리고 비상계엄 선포라는 강경책을 단행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야가 모두 비판을 강화해 구심력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또 "강권 정치 시대로 퇴보한 듯한 강경책에 혼란이 확산했다"고 해설했다.
일본 언론은 이번 사태가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및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개선 흐름이 이어졌던 양국 관계에 작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요미우리는 "국교 정상화 60년에 맞춰 관련 행사도 검토가 이뤄진 가운데 계엄령이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듯하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또 계엄 선포로 한국에 있는 일본인과 일본 기업이 당혹스러워했다고도 전했다.
주한일본대사관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국민에게 "구체적인 조치는 명확하지 않지만 향후 발표 등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요미우리는 전날 밤 원화 가치 하락을 계기로 외환시장에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엔화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엔·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달러당 149엔대에서 148엔대로 급락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도쿄=김일규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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