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사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야6당은 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이르면 오는 6일 본회의에서 찬반 표결이 이뤄진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에는 일단 선을 긋고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대통령 사과와 탈당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탄핵안 표결이 본회의에 부쳐지면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이탈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4용지 28페이지 분량의 탄핵소추안에는 윤 대통령의 전날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은 물론 계엄법·형법 등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윤 대통령은 헌법이 요구하는 그 어떠한 계엄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비상계엄을 발령해 헌법을 위반했다”고 썼다.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형법상 내란미수에 해당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탄핵소추안 발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윤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그간 역풍을 우려해 적극적인 탄핵 여론 조성에 신중했던 민주당은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계기로 탄핵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비상시국대회’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이 준 권력으로 국민을 향해 쿠데타를 했다”고 말했고, 박찬대 원내대표는 “즉각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당 최고지도부가 일단은 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을 주장하며 윤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평가다.
공개적 탄핵 요구가 나오지 않는 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겪은 ‘보수 궤멸’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탄핵으로 자리에서 내려오면 보수 지지 기반 자체가 무너져버릴 수 있다는 우려다. 박 전 대통령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호인이었던 유영하 의원은 비공개 최고위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며 “정권 재창출까지 고려해 숙고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한재영/정소람/정상원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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