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4일 국회에 제출하는 등 비상계엄 후폭풍이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가 ‘시계(視界)제로’의 비상사태에 직면했다. 내년 초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경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대통령실 참모와 내각은 ‘전원 사퇴’ 위기로 몰리고 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상계엄 정국이 장기화하면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BBC, 파이낸셜타임스 등 해외 유력 매체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전날 밤부터 한국 상황을 실시간 보도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 기업, 소비자, 투자자의 심리에 작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최 부총리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 6단체 대표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최 부총리는 참석자들에게 “그 어떤 상황에서도 예정된 투자·고용·수출 등 기업의 경영 활동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경제팀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제단체 대표들은 “기업이 안정적으로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 재무장관과 국제기구 수장, 글로벌 신용평가사에 긴급 서한도 발송했다. 최 부총리는 서한에서 “비경제적 요인으로 발생한 혼란은 건전한 경제시스템에 의해 효과적으로 통제되고 있다”며 “금융·외환시장이 신속히 안정을 되찾은 것도 이런 경제적 혼란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입증한다”고 했다.
정부가 그동안 검토해온 다양한 내수 부양 정책도 추진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윤 대통령이 지난 2일 “전향적인 내수·소비 진작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후 파격적인 대책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한시 상향과 온누리상품권 확대 등 서민과 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를 촉진하는 방안들이 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당장은 어떤 정책도 섣불리 준비할 수 없다”며 “지금으로선 사태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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