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패션위크 데뷔로 이름을 알린 홍혜진 여성복 디자이너는 여기에 의문을 품었다. “왜 유니폼은 이렇게 단순할까.” 그는 디자이너라는 자신의 강점을 살려 유니폼 시장에 뛰어들었다. 천편일률적인 틀에서 벗어나 유니폼으로 기업의 정체성을 알리고 싶은 니즈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유니폼 디자인 제작 간편 서비스 플랫폼 ‘유니버스오브유니폼’의 시작이다.
데뷔 후 15년간 더슈트디오케이의 디자이너로 일해온 홍 대표는 어느 순간 궁금증이 생겼다. 고객이 내 옷을 산다면 왜 사는 거고 안 산다면 왜 사지 않는 것인지 궁금했다. 홍 대표는 고객들에게 제품을 큐레이션하고 고객 수요를 미리 예측한다면 브랜드의 성공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었다. 소비자가 예산, 체형 등을 기입하면 그에 맞는 제품을 제안해주는 방식.
그러나 결과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패션은 다른 산업과 달리 객관적인 지표들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대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사람들은 가상 피팅 솔루션으로 도출된 결과에 들어 있는 나를 원하지 않는다”며 “원인은 근본적인 것이었다. 내가 살집이 좀 있어도, 팔이 들어가지 않아도 사고 싶은 옷이 생기면 산다. 옷 가격이 예산을 한참 넘어도 10개월간 라면을 먹는다는 생각으로 그냥 구매하는 거다. 그만큼 패션은 객관화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방향을 틀었다. 그렇다면 패션에서 ‘큐레이션’을 할 수 있는 영역은 무엇일까 고민했다. 유니폼이 떠올랐다. BI(브랜드 정체성), 공간 디자인 등과 함께 유니폼은 브랜드를 인지시키는 핵심 요소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는 “기업의 아이덴티티는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다”며 “기업이 표방하는 브랜딩은 정해져 있고 옷을 입는 공간도 정해져 있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내가 아닌 패션 시장에서 이보다 큐레이션에 적합한 영역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목표는 하나였다. ‘비효율’을 줄이겠다는 것. 홍 대표는 디자이너 출신으로 패턴과 사이즈를 볼 수 있는 강점을 살려 ‘유니폼’과 ‘디자인’을 결합시켰다. 여기에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쌓은 제조 경쟁력까지 추가했다. 한 공간에서 주문부터 디자인, 제조를 거쳐 배송까지 완벽하게 할 수 있는 플랫폼 ‘유니버스오브유니폼’이 만들어졌다.
홍 대표는 “올해 2월 론칭했다”며 “운영을 시작하니 유니폼에 브랜딩을 반영하고 싶은 고객이 많다는 걸 몸소 체감했다. 우리가 가진 디자인·제조 노하우로 이 수요를 다 잡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니버스오브유니폼은 글로벌 시장 진출도 도전한다. K컬처가 세계적인 트렌드로 올라선 만큼 동남아, 미국, 유럽 등 다양한 지역에서 한국 스타일을 적용한 유니폼을 원하고 있고 유니버스오브유니폼은 이 기회를 잡아 몸집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홍 대표는 “해외 사업은 디자인이 핵심”이라며 “제작 납품은 분리해서 현지에서 생산 가능할 수 있게 관련 UX(사용자경험) 개편을 생각하고 있다. 수출 플랜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홍 대표는 유니폼 큐레이션의 성공을 확신했다. 그는 “전 세계 어디든 호텔이 있고 식당이 있다”며 “누군가는 그들의 옷을 디자인해야 한다. 기술의 힘을 통해 우리가 그 분야를 선점하고 싶다. 유니폼은 매우 잠재력이 있는 분야다. 관련 데이터가 계속 쌓이고 있어 내년에는 더 다양한 걸 시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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