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들의 언어로선 엄청나게 모욕적인 표현들이다."
지난 3일 있었던 계엄 사태에 대한 최근 미국 외교관들의 잇따른 평가를 본 전직 외교관들의 설명이다. 통상 외교관들은 국제무대에서 '외교적 수사'라고 불리는 매우 우회적 표현을 사용한다. 외교관이 "그렇습니다"라고 말하면, 속내는 '고려해 보겠다'는 것이고, "고려해 보겠다"라고 말하는 건 '안 된다'는 걸 의미한다.
그런데 이번 계엄과 관련해 미국에선 "심각한 오판(badly misjudged)", "중대한 우려(grave concern)"(이상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와 같은 직설적인 평가들이 나왔다. 미국이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얼마나 실망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이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대해 이처럼 거세게 반응하는 건 계엄 실행 과정에서 철저하게 ‘패싱’ 당한 데 대한 불쾌감의 표현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마디로 '한국 정부를 믿지 못 하겠다'는 의미다. "이스라엘이 지난 10월 이란을 폭격할 때도 사전에 미국에 통보했다. 계엄과 같은 중차대한 사안의 배경을 미국에 사전에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건 동맹 사이에 꼭 필요한 절차"(전직 외교관)란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 3일 계엄이 발생하고 나서 한참 뒤 있었던 국무부 브리핑에서조차 "한국 측 파트너와 소통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반 백악관 국가안전보좌관도 "우리와 어떤 식으로든 상의 된 바 없다. 우리도 TV 발표를 보고 알게 됐다"고 실토했다.
이 과정에서 영향력이 약화한 정부를 대화의 파트너로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도 철저하게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하는 사람이라는 건 다 알려진 사실"이라며 "앞으로 상당 기간 이어질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윤석열 정부의 정치적 영향력이 약해질 경우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를 기대하는 건 어렵다"고 지적했다.
송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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